
📘 제1부. 글로벌 증시를 흔든 ‘AI 버블 경고’ — 시장의 과열이 식기 시작하다
2025년 11월 초, 전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조정세가 뚜렷했습니다. 예컨대 미국 나스닥 지수와 반도체 중심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각각 약 -3.8%, -4.5% 하락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인공지능(AI) 테마 랠리가 정점을 지나 조정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고 시장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왜 ‘버블 경고’라는 단어가 시장에 떠돌게 되었는지, 과열의 신호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조정이 나타나게 된 구조적 배경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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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블의 신호 ― ‘과도한 기대’가 시장을 지배하다
먼저, 이번 랠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기대’가 너무 빨리, 너무 높이 반영되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2년간 AI 붐을 등에 업은 기업들, 특히 반도체·서버·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예컨대, 글에 제시된 기업처럼 NVIDIA(엔비디아)은 2022년 대비 약 10배, AMD는 약 5배, Supermicro(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약 15배까지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주가 상승 속도를 실적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예컨대 엔비디아의 경우 2025년 3분기 기준 순이익이 전년 대비 +70% 증가했음에도, 시장이 이미 그 이상의 성장을 기대했던 상태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에 따라 시장 내부에서는 “실적보다 기대가 앞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이는 전형적인 버블 형성의 신호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여러 규제기관 및 중앙은행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BIS)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붐이 1990년대 인터넷 버블의 초기 단계와 유사하다”라는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또한 시장 흐름을 보면, 특정 섹터(예컨대 AI·반도체·데이터센터 등)에 자금이 집중되고, 실물경제(매출·이익)의 반영이 지연된 상태에서 밸류에이션이 급등했고, 일반 투자자의 유입이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특징이 보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미국 내 AI 관련 ETF 등에 대한 자금 유입 규모가 2025년 상반기 동안 약 650억 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2.4배 증가했다는 보고도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빠른 자금 유입이 ‘과열의 객관적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처럼 시장 내부에 ‘버블 가능성’이라는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한 시점이 이번 조정의 출발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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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리와 유동성 ― “싸던 돈이 비싸진” 구조적 변화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자금 흐름과 금리·유동성의 변화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왜 지금 과열이 식기 시작했는가’를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AI 랠리가 가능했던 배경 중 하나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었습니다. 즉, 금리가 낮고 투자할 곳이 많지 않았던 환경에서 ‘성장주·AI주’에 자금이 몰렸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이미 5.25~5.50% 수준까지 올라와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대 이상이고 실업률도 낮은 상태라서, 중앙은행(Federal Reserve)이 즉각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하나, 미국 국채(10년물) 수익률이 약 4.6%를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이 뜻은 ‘채권이 주식 대비 매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즉, 주식이 아닌 채권으로 자금이 일부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죠.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성장주 중심의 자금 흐름”이 “가치주/고배당주 중심의 자금 흐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성장주 → 가치주 → 고배당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요약하자면, 과거 ‘싸던 돈’이 더 이상 싸지 않고, 유동성 조건이 나빠지는 과정에서 과열된 성장주 중심 시장이 조정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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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쇄 반응 ― 아시아와 유럽으로 번지는 조정
‘버블 경고’가 나온 것은 미국만이 아닙니다. 글로벌 연결망이 워낙 촘촘하기 때문에 조정은 곧바로 아시아·유럽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일본 도쿄증시에서 반도체 대표주인 Tokyo Electron가 하루 만에 약 5~7% 급락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및 한국의 SK Hynix도 비슷한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KOSPI 반도체 지수가 11월 첫 주에 약 -4.2% 하락했고, 특히 HBM(고대역폭 메모리) 관련주들이 급격히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한국·대만 등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실적이 꼭 나쁘다기보다는 투자심리가 위축되었다는 평가가 많다는 것입니다. 즉, 기술이 나쁘다기보다는 ‘기대 대비 심리의 꺾임’이 더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번 조정은 단순히 기술주들의 실적 부진이 아니라, 심리적 버블(기대가 너무 높았던 상태)의 꺼짐이 첫 번째 요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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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및 시사점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은 단순한 일회성 조정이 아니라, AI 테마 중심으로 과열된 시장이 정점 후 숨고르기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과열의 특징은 ‘기대가 지나치게 앞선 상태’, ‘자금이 특정 섹터로 집중됨’, ‘실적보다 밸류에이션이 빨리 높아짐’ 등이었습니다.
반대로 조정이 시작된 배경에는 ‘금리 상승 및 유동성 축소’, ‘채권 등 대안 자산의 상대적 매력 증가’,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흐름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유럽으로 확산 중이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기술 자체의 약세보다는 심리 변화가 주요 변수로 보입니다.
결국 이는 “AI 테마로만 몰아가면 위험하다”는 경고로 읽힐 수 있으며, 투자자는 단순히 ‘AI 관련 기업인가’보다는 ‘실적과 현금흐름이 검증되고 있는가’, ‘밸류에이션이 적정한가’ 등을 보다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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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부. ‘버블의 끝인가, 새로운 진입점인가’ — 투자자의 두 갈래 전략
2025년 11월 현재, 전 세계 증시는 분명한 전환기에 들어섰습니다.
지난 2년간 시장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 ‘인공지능 생태계’에 거의 모든 기대를 쏟아부었습니다.
이제는 그 열기가 식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은 스스로에게 묻고 있습니다.
> “AI 시대의 조정은 단순한 숨 고르기인가,
아니면 거대한 판의 전환점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주가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5~10년간 글로벌 자금 흐름과 산업 구조를 가를 핵심 쟁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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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적의 시대’로 전환 — 스토리에서 이익으로
2023~2024년까지의 시장은 스토리 중심이었습니다.
“AI와 관련 있다면” — 그것만으로도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챗GPT, 생성형 AI, GPU, HBM… 이 키워드들은 마치 성장의 보증수표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2025년 하반기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AI를 한다’는 말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제 시장은 “AI로 얼마를 벌고 있느냐”,
즉 실적과 현금흐름이 검증된 기업을 가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여전히 GPU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의 신규 CAPEX(설비투자)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익 성장률이 정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AMD와 인텔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 MI450, Gaudi3 같은 AI 전용 칩을 출시했지만
대형 클라우드 고객의 채택과 수익성 확보까지는 6~9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즉, ‘기술 출시 → 매출 전환’까지의 간극이 발생하는 것이죠.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다릅니다.
AI 기반 클라우드 매출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Azure OpenAI Service나 Gemini Cloud API 같은 구독형 서비스가
꾸준히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명확한 전환점을 보여줍니다.
> “AI 관련 기업이냐”에서
“AI로 돈을 벌 수 있느냐”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후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던 패턴입니다.
‘트래픽만 많던 사이트’들이 사라지고,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들만이 살아남았듯이
AI 시장도 지금 그 필터링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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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I+인프라’ 연계 투자 ― 진짜 기회는 뒤에서 온다
AI 버블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산업의 본질적 수요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AI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전력·인프라 시장의 재편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3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하며,
전력 인프라 투자 규모는 연평균 1조 달러를 상회할 것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에너지 통계가 아니라,
**“AI가 실물 인프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AI 서비스는 막대한 연산량을 필요로 합니다.
그만큼 전력망(HVDC), 변압기, 냉각 장치, 반도체 공급망,
그리고 ESS(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은 기반 시설이 동반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수혜주는 ‘AI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그 무대를 유지시켜주는 하드웨어와 전력 인프라 기업들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다음과 같은 기업들이 있습니다.
미국 AES: 데이터센터 전용 친환경 발전 프로젝트 확대
NextEra Energy: AI 서버용 재생에너지 계약을 빠르게 늘리는 중
한국 LS ELECTRIC·효성중공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 HVDC(초고압 직류송전)·ESS·발전기기 수출로 글로벌 전력망 수혜
AI 열풍이 꺼져도,
‘전력망 강화’와 ‘전력 효율 개선’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입니다.
즉, 이들은 **AI 버블의 그림자 속에서 지속 성장하는 ‘2차 수혜 섹터’**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은 ‘칩’이 아니라 ‘전기’이며,
‘모델’이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입니다.
이 구조적 변화를 간파한 투자자들은,
기술주 조정기에 인프라주·유틸리티주로 시야를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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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로벌 자금의 흐름 ― “리스크 회피가 아닌 리밸런싱”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일부 이탈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한 ‘도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자산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Rebalancing) 과정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최근 리서치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 “2025년 4분기의 조정은 AI 버블의 붕괴가 아니라,
AI 투자 사이클의 2단계 — ‘수익 실현기’의 시작이다.”
즉,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 실현되고,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리밸런싱은 과거에도 여러 번 반복되었습니다.
1999년 닷컴 버블 때를 떠올려봅시다.
아마존은 당시 주가가 94% 폭락했습니다.
그러나 5년 후에는 다시 10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왜일까요? 버블이 꺼진 뒤에도 ‘실제 이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AI 시장도 이와 유사한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AI에 대한 맹목적 기대가 줄어들고,
대신 “어떤 산업이 AI를 통해 지속적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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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투자자에게 주는 세 가지 교훈
AI 버블 논란은 공포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옵니다.
그 속에서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핵심 교훈은 세 가지입니다.
1. “기대가 아니라 이익을 보라.”
스토리 중심의 시장은 끝났습니다.
실적 기반의 검증된 기업만이 다음 사이클의 주인공이 됩니다.
2. “섹터가 아닌 밸류체인을 보라.”
AI 반도체 → 전력 인프라 → 데이터센터 → 통신장비 → 소프트웨어까지
한 줄로 연결된 산업 구조 전체를 봐야 합니다.
특정 섹터에 묶이지 않고, ‘누가 누구에게 매출을 주는가’를 추적해야 합니다.
3. “조정은 기회다.”
버블은 반드시 꺼집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산업의 중심으로 올라섭니다.
2000년의 아마존, 2008년의 테슬라, 2020년의 엔비디아처럼
이번 사이클의 승자도 조정기에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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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 “버블의 끝에서 미래는 시작된다”
AI 버블 논란은 단기적으로는 공포를,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검증기’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기술 혁신의 역사에서 버블은 일종의 통과의례였습니다.
1990년대 인터넷은 ‘거품’이라 불렸지만 오늘날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2010년대 스마트폰과 클라우드는 초기에 과열 논란을 겪었지만
지금은 산업의 표준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AI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사이클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AI는 소비자의 유행을 겨냥한 ‘소비 기술’이 아니라,
산업과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생산성 인프라”**입니다.
따라서 일시적 조정이 있더라도
AI 산업의 방향성 자체는 바뀌지 않습니다.
진짜 변화는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이제 투자자는 버블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속에서 **“진짜 기업, 진짜 실적, 진짜 구조적 성장”**을
찾아낼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선이,
다음 사이클의 수익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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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부. 수면 아래 진짜 하락장 시나리오 — ‘신용·유동성 위기’가 겹칠 때
AI 버블 논란이 시장의 표면을 흔들고 있다면,
그 이면에서는 더 느리지만 훨씬 근본적인 위험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바로 **신용 사이클(Credit Cycle)**과 유동성(Leverage) 구조의 변화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주식시장은 조정 수준이지만,
금융 시스템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채의 팽창”이 진행 중입니다.
이것이 ‘진짜 하락장’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기술주 조정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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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큰 위기는 항상 ‘신용’에서 터졌나
경제학적으로 **신용(Credit)**은 ‘미래 소득을 현재로 끌어당기는 행위’입니다.
즉, 오늘의 소비·투자·수익이 사실상 내일의 빚으로 이뤄지는 구조죠.
경기가 좋고 금리가 낮을 때는 모두가 낙관적입니다.
가계는 주택 구매와 소비를 위해 대출을 늘리고,
기업은 CAPEX(설비투자)와 M&A를 위해 차입을 확대하며,
금융기관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레버리지를 끌어올립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위험을 포장해 되파는 구조화 상품”**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핵심이었던 **MBS(주택저당증권)**와 **CDO(부채담보부증권)**가 그 전형이었죠.
국제결제은행(BIS)과 IMF는 100년 넘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기의 촉발 원인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 “크게 오른 주식시장보다,
그 전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신용(대출)의 규모가
위기의 강도를 더 잘 설명한다.”
BIS 통계에 따르면,
신용/GDP 비율이 급등한 국가일수록
그 후 3~5년 내 경기침체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주가 상승보다 더 중요한 신호는 **“얼마나 많은 빚이 쌓이고 있는가”**입니다.
AI 버블도 결국 신용이 뒷받침된 과열이라면,
그 뒤에는 반드시 **‘신용의 회수기(Credit Contraction)’**가 따라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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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 사이클의 약한 고리 — ‘보이지 않는 레버리지’
이번 사이클의 특이점은,
2008년처럼 은행이 직접 빚을 낸 것이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Non-Bank Financial Institution, NBFI)”**이 신용을 떠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신용의 위험이 은행 시스템 밖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주체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헤지펀드(Hedge Funds) – 고수익을 노린 레버리지 매매 확대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 – 은행 대신 기업에 직접 대출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 규제 밖에서 운영되는 구조화 채권 펀드
IMF는 2025년 10월 발표한 「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에서
미국과 유럽 주요 은행들이 이러한 비은행 부문에
**총 수조 달러 규모의 익스포저(Exposure)**를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불투명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 기관은 규제와 유동성 완충 장치가 약하고,
시장이 흔들릴 때 동시에 자산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으며,
손실이 커질 경우 은행·보험·연기금으로 파급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은행 건전성 지표는 양호하다”고 나오지만,
실제로 위험은 **‘은행 바깥쪽 그림자 영역’**에서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금융의 새로운 불안 요인 — ‘보이지 않는 레버리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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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 버블과 신용 사이클이 맞물릴 때
그렇다면 만약 AI 버블의 조정과
신용 사이클의 위축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 AI·테크 주식 급락 →
2. 리스크 회피 심리(Risk-off) 확산 →
3. 하이일드·BBB 회사채 스프레드 급등 →
4. 프라이빗 크레딧·헤지펀드 환매·강제 매도 →
5. 은행·보험·연기금으로 충격 전이
이 일련의 과정은 ‘가격 조정’이 아닌
**유동성의 붕괴(Liquidity Shock)**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IMF와 BIS는 이를 **“질이 다른 하락장(Deleveraging Market)”**이라 표현합니다.
주가가 단순히 10~15%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산시장 전체의 레버리지가 줄어들며
가격뿐 아니라 거래량·신용공급·유동성이 함께 수축되는 국면입니다.
이 시나리오는 이미 몇 차례의 역사적 선례가 있습니다.
1998년 LTCM 사태 —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붕괴로 글로벌 채권시장 동요
2008년 리먼 사태 — 구조화 채권과 부동산 대출의 동시 붕괴
2020년 코로나 초기 — ETF·회사채 시장에서의 급격한 유동성 경색
즉, 이번 AI 조정이 단순한 밸류에이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신용 사이클의 후퇴와 맞물릴 경우,
‘AI 버블 붕괴’라는 단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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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인 투자자가 점검해야 할 ‘조기 경보 신호’
그렇다고 해서 “전부 현금화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시장에는 항상 위험과 기회가 공존합니다.
다만 개인 투자자는 ‘신용 경색’의 전조를 포착할 수 있는
몇 가지 객관적 신호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① 회사채·하이일드 스프레드 확대
미국 BBB,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평소보다 빠르게 100bp(1%) 이상 벌어질 때
→ 신용시장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② 금융 섹터의 상대적 약세
AI·테크는 안정적인데 은행·보험·자산운용주만 약세를 보일 경우
→ “신용 쪽에서 문제가 새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③ 비은행·프라이빗 크레딧 관련 뉴스
사모펀드·헤지펀드의 환매 중단,
부동산·구조화 채권 펀드의 유동성 위기,
특정 운용사의 마진콜 보도 등은 매우 중요한 경고등입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그때는 단순한 AI 조정이 아니라
“신용 사이클의 전환”, 즉 진짜 하락장의 초입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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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 ― 버블보다 더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는 빚’
AI 버블 논란은 주식시장 차원에서는 눈에 잘 보입니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그 밑에서 조용히 부풀고 있는 신용·유동성 구조입니다.
AI 시대의 기술혁신은 분명 거대한 기회이지만,
그 이면에서 자금조달 구조와 레버리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지켜보아야 합니다.
> “버블은 감정이지만,
위기는 유동성의 문제다.”
금리가 높은 시대, 신용이 팽창한 시대일수록
투자자는 **‘수익률’보다 ‘신용의 질’**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경계심이, 다음 하락장을 피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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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The Guardian (2025.11.5), Global stock markets fall sharply over AI bubble fears
Reuters (2025.11.5), WEF chief warns of AI, crypto, and debt bubbles
BIS (2025 Q3), Global Financial Stability Review
IMF (2025 Oct.), 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
IEA (2025), AI and Data-Center Power Demand Forecast
Morgan Stanley (2025 Q4), AI Cycle Phase 2: Profit Realization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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