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의 흔들림 ― 왕관을 잃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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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달러는 어떻게 왕좌에 올랐는가
오늘날 세계 경제를 이야기할 때 달러를 빼놓을 수는 없다.
달러는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국제 교역의 언어이자 투자자의 기본 단위로 기능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 거래의 88%**가 달러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로가 31%, 일본 엔화가 17%, 중국 위안화가 7%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모두를 합쳐도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즉, 뉴욕에 사는 투자자뿐 아니라 브라질의 원자재 상인, 아프리카의 기업인, 한국의 수출업자까지 결국 달러를 통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거래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달러는 언제, 어떻게 이런 “왕좌”에 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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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레튼우즈 체제 ― 금과 달러의 결합
1944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시기 미국 뉴햄프셔 주의 작은 휴양지 브레튼우즈에서 44개국 대표들이 모였다.
세계 경제는 전쟁으로 붕괴된 상태였고, 유럽과 아시아는 재건 자금이 절실했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국제통화체제를 만들자는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은 당시 전 세계 금 보유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달러 = 금”**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하고, 각국 통화는 달러에 연동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른바 브레튼우즈 체제의 출범이다.
이 체제에서 달러는 사실상 금과 같은 신뢰를 얻었다.
영국 파운드화조차 달러에 종속되었고, 일본·독일 같은 전후 패전국은 재건을 위해 반드시 달러가 필요했다.
세계의 재건과 교역을 움직이는 국제 금융의 공용 언어가 달러로 굳어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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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70년대 ― 페트로달러와 새로운 기축
하지만 이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은 베트남 전쟁과 사회복지 지출 확대로 막대한 재정 적자를 떠안았다.
달러의 신뢰도는 흔들렸고, 각국은 보유한 달러를 실제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1971년 닉슨 대통령은 “금태환 정지”를 선언했다. 달러와 금의 직접 연결이 끊어진 것이다.
보통이라면 달러의 지위가 급격히 약해졌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은 곧 석유라는 새로운 무기를 찾아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 비밀리에 합의했다.
“석유는 반드시 달러로만 결제한다.”
이른바 페트로달러(petrodollar) 체제다.
석유는 전 세계 산업의 피와 같았다.
공장을 돌리고, 전기를 만들고,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반드시 석유가 필요했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석유를 사기 위해 달러를 보유할 수밖에 없었고, 달러 수요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덕분에 달러는 금 대신 석유와 에너지라는 새로운 기둥 위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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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80~2000년대 ― 금융혁신과 달러 채권
달러의 패권은 에너지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은 금융 혁신을 통해 달러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했다.
미국 국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2023년 기준 미국 국채 잔액은 25조 달러가 넘으며, 일본·중국·유럽의 중앙은행들은 달러 국채를 필수적으로 보유한다.
1990년대 IT 버블과 2000년대 글로벌화 시대에 미국은 파생상품, 기업채권, 헤지펀드 시장을 키워 전 세계 자금이 달러 금융시장으로 몰려들게 했다.
IMF,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도 달러를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개발도상국조차 “달러 없이는 경제 성장이 불가능한 구조”에 편입되었다.
이 시기 뉴욕 월가와 달러는 단순한 통화 수단을 넘어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같은 신흥국은 금융위기를 겪을 때마다 결국 달러 유동성 공급 여부에 생사가 달려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도, 결국 달러가 없으면 국가 운영이 마비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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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달러 패권의 세 가지 기둥
이처럼 달러는 단순한 화폐가 아니다.
달러를 떠받치는 세 가지 기둥은 다음과 같다.
1. 금융: 세계에서 가장 깊고 신뢰할 수 있는 미국 금융시장.
2. 에너지: 석유 결제 통화로서의 달러, 에너지 패권.
3. 제도: IMF, 세계은행, WTO 등 달러 중심 국제질서.
여기에 미국의 군사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더해지면서, 달러는 지난 70여 년간 세계 기축통화의 지위를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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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러나, 2020년대의 균열
달러가 이렇게 공고한 지위를 쌓아올렸지만, 2020년대에 들어 균열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BRICS 국가들은 “탈달러화”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자산과 금의 부상은 달러만으로는 세계 자본 흐름을 설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즉, 달러는 여전히 “왕좌”에 앉아 있지만, 이제는 도전자가 속속 등장하는 위기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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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달러를 위협하는 세 가지 변수
달러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금융의 왕좌를 지켜왔지만, 이제는 그 자리가 점점 흔들리고 있다.
특히 2020년대 들어 나타난 세 가지 거대한 변화 ― 미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 신흥국의 탈달러 움직임, 그리고 대체 자산의 부상 ― 은 달러 패권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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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 ― 부채와 적자
달러 패권의 근본 전제는 **“안정성과 신뢰”**다.
세계가 달러를 기축통화로 받아들인 이유도 결국 “미국은 신용이 안전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천문학적 부채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연방정부 부채는 34조 달러를 넘어섰다.
10년 전인 2015년 18조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20%를 초과하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재정적자 확대
매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달러는 무한정 찍어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한 해에만 미국의 재정적자는 1.7조 달러에 달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2023년과 2024년에는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가 잇따라 발생했다.
예산안 합의가 지연되며 공공기관이 마비되는 일이 반복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조차 정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
이는 달러 신뢰도의 핵심 축인 정치적 안정성에 균열을 내는 사건이었다.
📌 과거라면 미국의 부채 확대가 오히려 달러 수요를 늘렸다.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졌고, 전 세계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이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채가 너무 커져 안전자산이 아닌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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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RICS와 신흥국의 도전
달러 패권을 흔드는 또 다른 세력은 바로 BRICS로 대표되는 신흥국 연대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 블록은 2023년 이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등 신규 회원국을 끌어들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결제 다변화
서방의 제재를 받은 러시아는 달러 대신 위안화와 루블로 교역을 전환했다.
2023년 중국-러시아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30% 이상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불과 5년 전 3%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다.
브라질의 위안화 실험
브라질은 2023년 중국과의 무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브라질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체 대중국 교역의 10% 이상이 위안화로 결제되었다.
남미 최대 경제국조차 “달러만 쓰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인도의 루피 결제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일부를 루피화로 결제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아직 거래 규모는 작지만, 세계 5위 경제 규모를 가진 인도가 독자 결제 시스템을 확대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하다.
📌 물론 BRICS가 당장 달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국제금융 인프라, 법적 신뢰도, 환율 안정성에서 달러와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탈달러화(de-dollarization)”라는 흐름이 실제 교역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달러 수요가 줄고 패권의 균열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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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체 자산의 부상 ― 금과 비트코인
달러의 신뢰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주목받는 자산은 전통적으로 금이다.
금의 귀환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1,037톤의 금을 순매수했다.
이는 1950년대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위기 시 쓸 수 있는 안전자산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이런 수요 덕분에 2024년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의 부상
동시에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도 대체 자산으로 떠올랐다.
2024년 말 비트코인은 70,000달러 선을 돌파하며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
특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기관투자자들까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골드만삭스, 블랙록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ETF를 매수하면서, 비트코인은 달러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디지털 안전판으로 자리잡고 있다.
📌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달러가 흔들리면 금”이라는 단순한 공식이었지만, 이제는 “금 + 비트코인”이라는 이중 대안 체제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달러 패권의 균열이 과거보다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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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달러는 여전히 세계 기축통화다. 하지만 미국 내부의 부채 폭탄, 신흥국의 탈달러 시도, 금과 비트코인 같은 대체 자산의 급부상이 겹치면서, 달러의 왕좌는 과거보다 훨씬 불안정해졌다.
달러가 단번에 무너질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 나타나는 균열은 분명히 **“달러 패권 약화의 전조”**다.
이 변화는 단순히 환율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무역, 금융, 국제정치 질서 전체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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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달러 없는 세계”는 가능한가?
달러의 지위가 흔들린다는 신호는 분명합니다. IMF COFER 기준으로 2024년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약 58%**로, 20여 년 전 70%대 정점에서 점진적으로 낮아졌습니다. 다만 여전히 유로(약 20%), 엔(약 6%), 파운드(약 5%), 위안(약 2~3%)을 크게 앞서는 1위입니다. 즉, “약화의 징후”와 “여전한 1위”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 딜레마를 이해하려면 “달러 패권”을 지탱하는 세 가지 기반을 다시 봐야 합니다.
① 안정적이고 깊은 안전자산 공급(미 국채·회사채 시장) ② 막대한 결제·투자·헤지 수요(네트워크 효과) ③ 법·제도·거버넌스(사법 신뢰, 계약 집행).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대체할 통화·시스템이 등장해야 “달러 없는 세계”가 현실화됩니다. 지금은 그 대체재들이 ‘부분적’으로만 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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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세로 본 변화: 느슨한 다극화
IMF는 최근 분석에서 **달러 비중의 하락이 ‘비전통 통화(캐나다·호주 달러 등) 분산’**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즉, 달러에서 바로 위안으로 이동한다기보다, 여러 통화로 분산되는 흐름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달러는 여전히 기축 준비통화의 핵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편,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탈달러 헤지 수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2023년 순매수 1,037톤으로 1950년대 이후 최대급이 지속됐고, 2024년에도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 영역을 자주 터치했습니다. 이는 “국가 차원의 분산(금)”이 구조적으로 진행 중임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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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례로 본 변화: 결제 다변화의 신호들
“석유=달러”라는 공식에 균열을 내는 상징적 사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위안화 결제 에너지 거래: 2023년 CNOOC–TotalEnergies가 상하이 천연가스거래소에서 위안화 표시 LNG 거래를 성사. 에너지 주요 품목에서 비(非)달러 결제의 실험이 현실화된 첫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중국–사우디 통화스와프: 2023년 말, 중국 인민은행과 사우디 중앙은행은 3년 만기 5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습니다. 이는 중·동 무역 결제의 위안화 사용 확대를 위한 준비로 해석됩니다(석유 거래의 ‘즉각적 전면 전환’과 동의어는 아님).
위와 같은 조각들이 쌓이면, 한동안은 일부 원자재·양자 간 거래에서 달러 외 통화 사용이 늘어나는 패치워크형 다변화가 전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것이 곧장 “달러 없는 세계”로 직행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계약·헤지·파생결제의 인프라가 가장 깊은 곳은 여전히 달러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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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술로 본 변화: ‘디지털 레일’의 확장
통화 패권을 바꿀 또 하나의 축은 결제 기술입니다.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국경 간 결제 플랫폼이 대표적이죠.
BIS ‘mBridge’ 프로젝트: 홍콩·중국·UAE·태국 등과 함께 다중 CBDC 기반의 국경 간 결제 플랫폼을 시험했고, 2024년 MVP(최소기능제품)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통화-불가지론적(cross-currency-agnostic) 결제를 지향하며, 장차 결제·청산의 비용과 시간을 낮출 잠재력이 있습니다.
각국의 CBDC 탐색: BIS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90% 이상이 CBDC를 탐색 중이며, 특히 도매형 CBDC가 상대적으로 더 진전된 단계에 있습니다. 다만 상호운용성·거버넌스 표준이 성숙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요지는, 결제 레일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기축통화의 ‘신용·법·시장 깊이’는 기술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술은 결제 통화의 다양성을 촉진하지만, 저축·투자 통화로서의 패권은 더 높은 장벽(안전자산, 법치, 정치 안정)을 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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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왜 ‘달러 없는 세계’가 당장은 어려운가: 병목 세 가지
1. 안전자산 부족: 달러를 떠받치는 건 미국 국채라는 전 세계 최대·최유동 안전자산입니다. 유로존은 **단일 ‘연방’ 안전자산(유로존 공동채)**이 없고, 위안은 자본통제·법치 신뢰 장벽을 안고 있습니다.
2. 법·제도·거버넌스: 계약 분쟁·채무 불이행을 처리할 사법 시스템의 예측 가능성이 핵심인데, 뉴욕·런던 관할의 판례·관습법은 수십 년 누적된 신뢰를 가집니다.
3. 네트워크 효과: 결제·인보이스·헤지(선물·옵션·스왑) 생태계가 달러에 최적화돼 있어, 전환 비용이 높고 느립니다. 이는 “좋아서”라기보다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되는 성질의 이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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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럼에도 달라질 수 있는 경로: 세 가지 시나리오
A. 점진 다극화(가장 가능성 큼)
준비통화·결제통화에서 달러 비중이 완만히 하락, 유로·비(非)전통 통화·금의 비중이 늘어나는 형태. IMF가 관찰한 20년 하락 추세가 지속되되, 달러의 1위는 유지.
B. 블록화(지역 패권)
제재·지정학 충격(예: 대형 금융제재)이 반복되면, 무역·금융이 동맹권/비동맹권으로 쪼개져 달러·위안·지역통화 블록으로 분절. 중동–아시아 에너지 결제에서 비달러 비중이 커질 수 있음(스왑·양자간 결제).
C. 레일 혁신 주도(기술 우회)
**CBDC·다중결제망(mBridge 등)**이 상용화되면 통화 선택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거래 단위와 보유 통화가 분리될 수 있음(결제는 지역통화·보유는 달러/금). 기술은 속도·비용을 낮추지만, 보유자산의 ‘신용’ 문제는 별개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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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엇을 봐야 하나: 다섯 가지 체크리스트
1. IMF COFER에서 달러·유로·위안 비중 추세(분기). 환율효과를 제거한 실질 변화도 함께 확인.
2. 무역 인보이스 통화의 변화(특히 원자재·에너지). 위안·루피·디르함 등 사례 증가 여부.
3. 중앙은행 금 매입 지속 여부(연간 WGC 통계).
4. CBDC·국경 간 결제망 진척도(BIS·IMF 보고서). 상호운용성 표준과 참여국 확대.
5. 미국 재정·국채 수급(적자 규모, 실질금리). 국채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유지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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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투자자와 기업을 위한 실전 전략
(1) 투자자
통화 바스켓 분산: 달러 단일 편중을 줄이고 유로·비(非)전통 통화·원자재·금을 혼합.
금(전통) + 디지털 대안(선택적): 금은 국가 차원의 분산과 정합성이 높고, 비트코인·현물 ETF는 변동성·정책리스크를 감수하는 **위험자산형 ‘디지털 헤지’**로 구분해 소액·단계적으로 접근.
듀레이션 관리: 미국 금리·적자 경로가 불확실할 때는 국채 듀레이션(만기) 분산으로 금리 리스크 관리.
에너지·원자재 사이클: 비달러 결제 실험이 늘면 원자재 가격과 통화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 → 현금흐름 민감 업종(항공·화학·운송) 비중 조절.
(2) 기업(수출입·글로벌 밸류체인)
인보이스 통화 다변화: 주요 고객군에 따라 달러+지역통화 혼합 청구, 대금 결제의 고정·변동 환율 조건을 계약에 명시.
자연헤지 강화: 매출·원가의 통화 구성을 맞춰 영업현금흐름 차원의 환리스크를 상쇄.
트레이드 파이낸스 네트워크: 신용장(L/C)·팩토링·보험 등 결제안전 장치를 다변화하고, 복수 은행·복수 관할로 분산.
RMB/CNH 계정·스왑 활용(중국 매출 비중 高 기업): 통화스와프 라인과 지역결제 인프라를 사전 확보(단, 자본통제·법적 집행 리스크는 별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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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왕관은 무겁다 — 당장 떨어지진 않지만,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지금의 변화는 **“단번의 몰락”이 아니라 “느린 침식”**에 가깝습니다.
달러는 여전히 가장 깊은 안전자산·법치·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1위 지위는 유력합니다. 동시에, 신흥국의 결제 다변화·중앙은행 금 매입·디지털 레일의 확장은 달러의 주변부를 꾸준히 깎아내고 있습니다.
향후 10년은 달러 1강 + 주변 다극화가 동행하는 시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달러 없는 세계”라기보다, **“달러 중심의 느슨한 다극 체제”**가 더 현실적입니다. 왕관은 아직 달러의 머리 위에 있지만, 균열의 소리는 분명히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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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IMF COFER/블로그: 글로벌 준비통화 구성 추세(달러 58% 등) 및 환율효과 분석.
WGC(세계금협회): 2023년 중앙은행 금 순매수 1,037t, 추세 지속.
에너지 비달러 결제 사례: CNOOC–TotalEnergies의 위안화 LNG 거래.
중–사 통화스와프: 500억 위안 규모(3년).
CBDC·국경 간 결제망: BIS mBridge(MVP 도달, 2024), BIS 2024년 CBDC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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