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인프라, 비용 혁명, 그리고 밸류업까지...
한전의 대반격을 심층 분석합니다.
"한전은 무조건 쌀 때 사서 잊어버리는 주식이다?"
아니요, 이제 그 오래된 격언을 수정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2026년 1월, 한국 증시 판도가 뒤집히고 있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4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누적 적자에 짓눌려 '주식 시장의 미운 오리 새끼', '무겁고 답답한 주식'의 대명사였던 한국전력이 새해 벽두부터 무서운 기세로 비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낙폭 과대 종목의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며 폄하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시그널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것은 단순한 반등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입니다. 과거의 한전이 기름값에 울고 웃는 '천수답 기업'이었다면, 지금의 한전은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왜 증권가 일각에서 전고점 돌파를 넘어 '8만 원'이라는, 다소 꿈같은 목표가를 '현실적인 숫자'로 계산하기 시작했을까요? 이번 기획특집 1부에서는 한전의 DNA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AI 전력 전쟁'과 '비용의 혁명'에 대해 심층 분석합니다.
지금 전 세계 주식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AI(인공지능)'입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가 주도하는 이 흐름에서 투자자들은 반도체 칩에만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귀해지고, 가장 부족해지는 자원은 반도체가 아니라 바로 '전기'입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수소연료전지 기업인 '블룸에너지(Bloom Energy)' 주가가 폭등한 사건은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바로 "전기가 없으면 AI도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국전력의 가치가 재조명됩니다. 한전은 대한민국 유일의 송·배전망 독점 사업자입니다. 과거에는 '공공성' 때문에 요금을 마음대로 못 올리는 것이 족쇄였지만, 전력 부족(Shortage) 시대에는 이것이 더할 나위 없는 강력한 '경제적 해자'가 됩니다.
삼성전자가 용인에 반도체 공장을 짓든, 현대자동차가 로봇 공장을 돌리든, 네이버가 데이터센터를 짓든, 그 모든 전력망의 '톨게이트'는 한국전력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AI 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전은 가만히 있어도 수요가 폭증하는 꽃놀이패를 쥐게 된 것입니다.
추상적인 기대감만으로는 주가가 이렇게 강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트리거(Trigger)'가 필요합니다. 지난 1월 22일 발표된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건설 협약'이 바로 그 기폭제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뉴스 헤드라인만 보고 지나치셨겠지만, 이 뉴스의 행간에는 엄청난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그동안 한전의 최대 골칫거리는 '송전탑 건설'이었습니다. 주민들의 반대(NIMBY 현상)로 인해 송전탑 하나 짓는 데 10년이 걸리기 일쑤였고, 그 과정에서 보상비로 천문학적인 돈이 깨졌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다 지었는데 전기가 없어 못 돌릴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약(경기도-한전-국토부)의 핵심은 "고속도로 하부에 전력망을 묻어버린다"는 혁신적인 공법 도입입니다.
매출(전기 판매량)이 늘지 않아도 이익이 폭증하는 마법이 있습니다. 바로 '원가 절감'입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매출 증가보다 비용 감소가 이익에 미치는 임팩트를 더 크게 쳐주기도 합니다. 지금 한전이 딱 그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한전 실적의 가장 큰 변수는 누가 뭐래도 국제유가(WTI)입니다. 2026년 1월 들어 국제유가는 배럴당 57달러 선까지 주저앉았습니다. 불과 1년 전 80달러를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드라마틱한 하락입니다.
이것이 한전에 미치는 영향은 'SMP(전력도매가격)'라는 개념으로 설명됩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은 2026년 평균 유가를 50달러 중반대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일시적인 하락이 아니라, 올해 내내 한전이 '저유가 보너스'를 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적자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넘어, 올해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증권가에서 한전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계속해서 상향 조정(Revision)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1부에서는 AI 전력 수요 폭발과 유가 하락이라는 대외 변수가 어떻게 한국전력의 기초체력(Fundamental)을 회복시켰는지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주가가 '레벨업(Level-up)' 하기엔 2% 부족합니다. 국내 시장은 이미 성장이 멈춘 성숙기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대세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합니다. 2부에서는 한전의 주가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해외발 머니 파이프라인'과 '구조적 혁신'을 파헤칩니다. 한전은 이제 전기요금 고지서나 만지작거리는 공기업이 아닙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돈을 쓸어 담는 '글로벌 에너지 디벨로퍼(Developer)'로 진화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뉴스에서 봤어, 원전 다 지어줬다며?" 하고 가볍게 넘기는 뉴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2026년 상반기, 한전의 재무제표에는 역사적인 숫자가 찍히게 됩니다. 바로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에서 들어오는 '첫 지분 배당금'입니다.
이것은 한전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UAE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사막 한가운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4기를 약속된 날짜에, 약속된 예산으로 완벽하게 지어준 파트너가 있습니다. 이제 추가로 5, 6호기를 짓고 싶은데, 누구에게 맡길까요?
이미 현장에 인력과 장비, 노하우가 다 있는 '팀 코리아' 외에 대안은 사실상 없습니다. 시장이 바라카 추가 수주를 '따 놓은 당상'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검증된 실력에 기반한 확신'입니다.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잭팟이 터지고 있습니다. 한전은 최근 사우디 '사다위(Sadawi)' 태양광 프로젝트(2GW)와 '다와드미' 풍력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한전이 태양광도 해?"라고 하실 수 있지만, 규모가 다릅니다. 2GW는 원전 2기와 맞먹는 엄청난 용량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PPA(전력구매계약)입니다. 주식 투자자라면 꼭 기억해야 할 용어입니다.
이 프로젝트들은 한전에게 있어 '마르지 않는 샘'과 같습니다. 환율이 오르면(원화 약세) 환차익까지 덤으로 얻게 되는, 그야말로 '효자(Cash Cow) 사업'입니다. 게다가 사우디의 첫 상용 원전인 '두웨이힌 프로젝트'에서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특허 분쟁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며, '미국 설계 + 한국 시공'이라는 연합 수주 시나리오가 매우 유력해졌습니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온다면, 국내에서는 새나가는 돈을 틀어막습니다. 올해부터 도입된 '지역별 차등 요금제(LMP)'는 한전에게 있어 '제도적 로또'나 다름없습니다.
이전까지 전력 시장은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전기가 남아도는(공급 과잉) 동해안 발전소의 전기나, 전기가 부족한 수도권 발전소의 전기나 한전은 똑같은 가격(SMP)을 주고 사 왔습니다.
하지만 LMP 제도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뀝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이 제도 변화 하나만으로 한전이 아낄 수 있는 전력 구입비는 연간 약 1조 3,000억 원에 달합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없이, 단순히 정부 정책이 정상화된 것만으로 영업이익이 조 단위로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는 주당 순이익(EPS)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숨겨진 보너스'입니다.
마지막 퍼즐은 다시 '미국'입니다. 1부에서 언급했듯, 미국의 AI 데이터센터들은 전기에 굶주려 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데이터센터의 주력 전원이 될 수 없습니다. 결국 답은 '원자력'뿐입니다.
미국은 원전 종주국이지만, 지난 30년간 원전을 거의 짓지 않으면서 시공 공급망(Supply Chain)이 붕괴되었습니다. 설계도는 그릴 수 있어도, 그것을 현장에서 '제때(On Time), 예산 범위 내에서(On Budget)' 지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이 능력을 보유한 나라는 사실상 한국(KEPCO)이 유일합니다.
기회: 한미 원자력 협정의 기류가 '경쟁'에서 '협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미국이 설계하고 한국이 짓는 모델이 현실화된다면, 한전은 미국 본토라는 거대한 시장에 깃발을 꽂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수주를 넘어 한전의 기업 가치(Valuation)를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앞선 1부와 2부를 통해 한국전력이 맞이한 전례 없는 기회를 확인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가 불러온 전력 부족, 유가 50달러 시대의 비용 절감, 그리고 중동에서 불어오는 배당과 수주의 바람까지. 이 모든 것은 기업의 '기초체력(Fundamental)'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가리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주식 얼마까지 갈 것인가?"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목표가는 1차적으로 64,000원입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의 정석대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는 80,000원입니다. 이번 마지막 3부에서는 왜 이 숫자가 '꿈'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인지, 그 논리적 근거와 투자 전략을 파헤칩니다.
주식 시장에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당장 문을 닫고 가진 재산을 다 팔아서 빚을 갚은 뒤, 주주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돈(청산가치)과 현재 주가를 비교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공기업이니까 어쩔 수 없어"라며 이 저평가를 용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습니다.
이 정책의 핵심 타깃이 바로 '저PBR 공기업'입니다. "망할 회사가 아니라면, 최소한 가진 재산만큼의 대접(PBR 1배)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실적 턴어라운드가 확인되는 순간, 주가는 이 괴리율(Gap)을 메우기 위해 8만 원(PBR 1배)을 향해 무섭게 회귀할 것입니다. 이것은 투기가 아니라 '정상화'의 과정입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전력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바로 한국산업은행(32.9%)과 대한민국 정부(18.2%)입니다. 합쳐서 51%가 넘는 지분을 국가가 들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세수(세금 수입)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40조 원 적자를 털어내고 '초대형 흑자'로 돌아선 한전은 정부 입장에서 최고의 '현금 파이프라인'입니다.
이는 은행 예금 이자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즉, 지금 한전을 매수한다는 것은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을 얻고, 주가가 횡보해도 고배당을 챙기는" 완벽한 꽃놀이패를 쥐는 셈입니다. 정부가 배당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소액 주주들도 덩달아 배당 잔치를 누리게 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조직의 군살을 빼는 '구조적 혁신'도 진행 중입니다. 현재 한전 산하에는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5개의 발전 자회사가 쪼개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3부에 걸쳐 한국전력의 비상을 이끄는 동력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테마성 재료가 아닙니다.
주식 시장 역사상 이 세 가지 박자(삼위일체)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시점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물론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주가는 출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주가는 결국 가치에 수렴합니다.
현재 증권가가 제시하는 목표가 64,000원은 올해의 실적만을 반영한 1차 베이스캠프일 뿐입니다. 한전이 가진 막대한 자산 가치와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프리미엄(Re-rating)을 인정받는다면, 우리가 바라봐야 할 고지는 그 너머, 80,000원입니다.
공포에 사지 못했다면, 적어도 환희에 너무 일찍 팔지는 마십시오. 지금은 거대한 대세의 파도에 올라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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