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의 로봇 전략과 한국·미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
AI 이후 ‘2차 자동화 시대’를 향한 미국의 선택, 그리고 중국·한국·글로벌 제조업에 던지는 신호를 해석합니다.
—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만든 거대한 전환점
2025년 12월 초,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는 흥미로운 단독 기사를 내놓았다. 기사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로봇업계 CEO들을 연달아 만나고 있으며, 교통부는 ‘로봇공학 실무그룹(working group)’을 신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익명 소식통은 정부가 내년에 로봇 관련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발령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책 문서를 공식 발표한 것도 아닌데 이 보도가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한 가지다. 미국 정부가 세계 기술·산업 패권 경쟁의 무게 중심을 ‘AI 시대’에서 ‘로봇 시대’로 확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정책 변화가 아니라, 제조·물류·전력·국방·의료·서비스 산업 전체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겉으로 보면 미국의 이 움직임은 단순히 “첨단 산업을 키우겠다”는 일반적인 정책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중국의 압도적인 로봇 도입 속도라는 결정적 요인이 있다.
국제로봇연맹(IFR) 2023년 기준 산업용 로봇 설치 통계
즉, 중국은 미국보다 약 네 배 더 많은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로봇 수가 아니라 “속도”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정부 보조금, 지방정부 자동화 지원, 국산 로봇 산업 육성, 대규모 공장 자동화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추진하며 제조 구조를 빠르게 자동화해왔다.
고임금 국가인 미국이 자동화에서 뒤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네 가지는 모두 미국이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문제들이다. 따라서 미국이 AI 다음으로 로봇 산업을 선택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을 이해하려면 미국 기술 전략의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
지난 2년간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정비(CHIPS Act), GPU·AI 서버 투자 붐, 클라우드·데이터센터 확장 등을 통해 AI 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완성했다. AI는 인간을 대신해 설계·판단·예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스스로 물건을 집지 못하고, 공장에서 조립하지 못하며, 창고에서 제품을 옮기지도 못한다.
AI의 지능(Intelligence)을 현실 세계(Physical World)에 적용하려면 필연적으로 로봇이라는 물리적 실행체가 필요하다.
미국이 로봇 산업을 전략 분야로 지정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 결합 때문이다.
이 삼각 구도가 완성될 때, 미국 제조업은 완전히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상무부 대변인이 Politico에 말한 문장은 현재 미국 정부의 전략 방향을 정확하게 요약한다.
왜 이런 인식이 나왔을까?
미국 공장 인건비는 중국·멕시코·동남아 대비 수 배 이상 높다. 따라서 로봇 없이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은 사실상 경제성이 없다.
2023~2024년에 미국에 건설된 배터리 공장, 반도체 공장, 전기차 조립라인, 태양광·풍력 부품 공장 대부분은 “인력 중심 운영”이 아닌 “로봇 중심 공정”을 목표로 설계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제조 경쟁력의 기준이 다음과 같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로봇화는 선택이 아닌 미국 제조업 생존 전략이다.
정책 변화는 궁극적으로 시장 요구에서 비롯된다. 미국 로봇 산업 역시 몇 년 전부터 다음과 같은 요청을 지속해왔다.
특히 Google이 투자한 Apptronik의 CEO 제프 카데나스는 미국 제조업 회복 논의가 나올 때마다 한 가지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러한 요구가 이제 정부 최고위층 움직임으로 연결된 것이다. 만약 정책 검토가 공식화되어 실제 행정명령으로 이어진다면 미국은 AI → 로봇 → 첨단 제조업 이라는 3단계 성장축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산업 육성이 아니라, 미국 경제·제조업·물류·국방 전략을 모두 재설계하는 초대형 변화다.
— 미국·한국 기업들은 무엇이 달라지는가
미국이 로봇 산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끌어올리면, 그 영향은 단순히 ‘로봇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로봇은 제조업·물류·전력·국방·의료·서비스 등 경제 전 영역의 생산성 구조를 바꾸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정책 전환은 세계 공급망, 투자 흐름, 기술 패권 경쟁 구도까지 동시에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 부에서는 미국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기업들, 그리고 간접적으로 기회를 맞는 한국 기업들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미국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될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이 나타나는 곳은 당연히 미국 로봇·FA·AI 기업들이다. 특히 이번 정책은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공장 자동화·국가 경쟁력 회복·국방 전략까지 연계되어 있어 관련 기업군이 매우 넓다.
2023~2025년 동안 미국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술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력 부족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세 개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AI + 로봇 + 물류/제조” 결합을 핵심 가치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로봇 산업 육성에 나설 경우 가장 빠르게 성장 모멘텀을 가져갈 기업들이다.
로봇 산업 정책은 단순히 로봇 제조업체만을 지원하지 않는다. 실제로 공장 자동화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것은 로봇 팔만이 아니라, PLC·센서·모션 제어·전력관리·공정 소프트웨어 등 전체 자동화 생태계다.
로봇 시대가 본격화되면 “AI가 없는 로봇”은 의미를 잃는다. 로봇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스스로 최적화하며 판단하려면 AI가 필수적이다. 이 지점에서 다음 기업들이 크게 부상한다.
미국 정책이 로봇 중심으로 재편되면, 이들 기업은 “로봇의 두뇌 공급자”로 성장할 수 있다.
미국 정책은 기본적으로 자국 기업 우선이지만, 미국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 로봇·자동화 기업도 실제로 여러 방면에서 기회를 얻게 된다.
한국은 협동로봇 기술 수준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자동화 확산 흐름과 잘 맞닿아 있다.
미국이 로봇 산업을 키우면, 동시에 전력 인프라·배전 시스템·스마트공장 장비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진다.
한국 로봇 기업들은 일본·독일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최근 빠르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협동로봇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며, 미국이 찾는 기술 조건과 잘 맞아떨어진다.
미국의 로봇 산업 육성은 다음 세 가지 이유로 한국 기업에게 의미 있는 기회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직접 수혜보다는 간접 수혜 형태가 먼저 나타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유럽 로봇 생태계에서 더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 AI 이후의 ‘2차 자동화 시대’가 시작된다
미국이 로봇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은 단순히 산업 지원 차원이 아니다. 이 변화는 글로벌 제조·물류·서비스 산업의 경쟁 기준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출발점이며, 국가들이 어떤 속도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산업 패권을 가르게 될 것이다.
즉, 로봇 전략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지난 2~3년 동안 세계는 “AI 혁명”의 거대한 물결을 경험했다. 생성형 AI는 단순 반복 업무부터 복잡한 분석·설계·코딩까지 이전에는 사람만 가능했던 영역에 깊숙이 침투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AI는 디지털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두뇌였다. 실제 세상의 물리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행동’이 필요했고, 그 행동을 수행하는 주체가 바로 로봇이다. AI가 공정 계획을 세우고 최적 동선을 설계해도, 부품을 들어 올리는 일, 정밀 조립, 포장, 적재, 검사, 운송 같은 물리적 작업은 결국 로봇이 맡아야 한다.
이때부터 산업은 AI → 로봇 → 제조 자동화라는 3단계 구조로 확장된다.
이 삼각 구조가 결합되면 생산성은 속도, 비용, 품질, 안전성, 인력 구조 모든 측면에서 혁명적으로 변화한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공장에서 100명의 작업자가 나눠서 하던 공정이 AI 기반 로봇 자동화로 통합되면 완성 시간은 수십 배 단축되고, 품질 편차가 거의 사라지며, 인력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즉, 로봇은 AI 혁명의 ‘완성 단계’이며, AI의 힘을 실제 세계로 연결하는 필수적 전환점이다.
국제로봇연맹(IFR)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에서 미국을 4배 앞선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대수의 차이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차이점은 다음 두 가지다.
즉, 중국: 물리적 생산 능력이 강점 vs 미국: 지능과 소프트웨어가 강점
이 둘이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다음 세대 제조 패권 경쟁”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이 두 축의 경쟁은 다음을 결정할 수 있다.
결국 로봇 전략은 새로운 “경제 패권 전쟁”의 핵심 무기가 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GDP 대비 제조업 비중, 수출 품목 구성,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하면 한국은 사실상 제조업 중심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제조업의 핵심 축은 다음 다섯 분야다.
이 모든 산업은 공통적으로 자동화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미국과 직접적인 공급망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로봇·자동화 투자 확대는 한국 기업 전반에 실질적인 기회를 만들 수 있다.
Politico의 이번 보도는 단순한 정책 기사가 아니라 세계 산업 구조의 변곡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만약 미국이 내년에 실제로 로봇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한다면, 로봇 산업은 AI·반도체와 함께 “차세대 전략 3대 산업”으로 공식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변화는 미국의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제조업의 기준이 바뀌고, 공급망 재편의 속도가 빨라지고, 협동로봇·FA·스마트팩토리·AI 로보틱스가 핵심 기술로 떠오르며 한국·일본·유럽 기업 모두 새로운 경쟁의 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앞으로 10년의 기술 패권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AI와 로봇을 얼마나 빠르고 깊게 결합하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AI 혁명이 소프트웨어를 바꿨다면, 로봇 혁명은 우리 산업의 기반, 즉 공장·물류·에너지·국방·서비스 구조 전체를 다시 설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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