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너지 전환과 원자재 슈퍼사이클 ― 전기차·배터리 시대의 새로운 질서
21세기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친환경 정책이 아닙니다.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전략을 어떻게 바꾸는지 사례와 수치로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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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에너지 전환이 불러온 거대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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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에너지 전환인가?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200여 년간 인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축적되면서 지구 평균 기온이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유엔(UN)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1도 상승했습니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금세기 말까지 2도 이상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해수면 상승, 폭염, 가뭄, 이상 기후 같은 극단적 재난을 더욱 잦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2050년 탄소중립(Net Zero)”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약 30%에서 90% 가까이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 발전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에너지 산업 전체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즉, 태양광·풍력 발전, 전기차, 배터리, 수소 산업이 기존의 석탄·석유 기반 시스템을 대체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가 거대한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이라는 패러다임 시프트 속으로 들어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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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석유에서 리튬으로
20세기 경제와 정치의 중심에는 석유가 있었습니다. 석유는 “검은 황금”이라 불리며 자동차·항공기·화력발전소·플라스틱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자원이었습니다. 실제로 1970년대 오일쇼크는 글로벌 경제 질서를 뒤흔든 대표적 사건으로, 특정 자원의 공급 차질이 세계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는 리튬·니켈·코발트·구리가 새로운 전략자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리고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핵심 원료입니다.
석유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발전소의 ‘피’였다면,
**리튬과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혈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차에는 주로 철강, 알루미늄, 플라스틱이 많이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여기에 더해 막대한 양의 리튬·니켈·코발트·구리가 필요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금속 자원은 내연기관차보다 약 6배 많습니다.
전기차 1대에는 리튬 약 8kg, 니켈 35kg, 코발트 14kg, 구리 70kg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용량 배터리팩이 장착될수록 이러한 금속 사용량은 더욱 늘어납니다.
또한 태양광 패널 1MW를 설치하는 데에는 구리 약 4톤, 알루미늄 약 10톤이 소요되며, 풍력발전기 터빈에는 희토류 자석과 특수 합금이 반드시 들어갑니다.
즉, 20세기의 전략자원이 석유였다면, 21세기의 경제·산업 패권을 결정짓는 자원은 배터리 금속과 신에너지 소재로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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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운 자원 지형이 만들어내는 긴장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산업의 변화를 넘어, 국제 정치·경제 질서 자체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동 산유국이 글로벌 에너지 지도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리튬·니켈·코발트가 매장된 국가들이 새로운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리튬: 칠레, 호주,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
니켈: 인도네시아가 압도적 공급국
코발트: 콩고민주공화국이 세계 생산량의 약 70% 독점
이처럼 자원 편중도가 심하다 보니, 공급망 차질이나 정치적 긴장이 곧바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앞으로 “자원 외교”와 “자원 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임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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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하면,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친환경 운동이 아니라, 전 세계 자원 지형과 산업 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거대한 변화입니다. 석유가 지배하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리튬과 니켈이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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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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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의 슈퍼사이클 ― ‘자원은 시대의 거울’
원자재 시장은 단순히 가격의 등락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특정 자원의 장기적 상승세는 곧 시대의 산업 구조와 글로벌 권력 이동을 반영합니다. 이를 ‘원자재 슈퍼사이클(Supercycle)’이라 부릅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공급 통제가 세계 경제 전체를 흔들었습니다. 원유 가격은 1973년 1배럴당 약 3달러 수준에서 1979년에는 30달러를 돌파하며 10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이로 인해 선진국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습니다. 석유가 단순한 연료를 넘어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국의 고도성장기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막대한 철강·시멘트·구리·석유를 수입했습니다.
구리 가격: 2003년 톤당 약 1,500달러 → 2011년 10,000달러 돌파
철광석 가격: 톤당 30달러대 → 200달러 이상
석유 가격: 2000년 배럴당 20달러 → 2008년 금융위기 직전 140달러
이 시기 자원 가격의 폭등은 단순히 수요 증가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효과’가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빨아들이면서, 원자재가 새로운 지정학적 전략 무기로 변모한 것입니다.
즉, 과거의 슈퍼사이클은 산업 구조 변화와 경제 성장 축의 이동이 결합해 만들어진 장기적 흐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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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금의 주인공은 ‘배터리 금속’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슈퍼사이클의 중심에 선 것은 배터리 금속입니다.
전기차 보급률이 가파르게 늘고, 재생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면서 리튬·니켈·코발트 같은 금속이 석유 못지않은 전략 자원으로 떠올랐습니다.
리튬(Lithium)
2020년: 톤당 약 6,000달러
2022년: 80,000달러까지 치솟음 (2년 만에 13배 폭등)
이는 전기차 수요가 폭발하면서, 배터리 공급망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일례로 2022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리튬 가격이 미친 수준”이라며 직접 광산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고 발언했을 정도였습니다.
니켈(Nickel)
2022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니켈 가격이 단 하루 만에 250% 폭등하면서 거래소가 장을 일시 폐쇄한 것입니다. 배경에는 중국 최대 니켈 생산기업인 칭산홀딩스가 공매도 포지션을 잡았다가 역풍을 맞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원자재 시장이 얼마나 투기적이고 불안정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코발트(Cobalt)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원소입니다.
2016년: 톤당 약 25,000달러
2018년: 약 90,000달러까지 폭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면서,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나오는 코발트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입니다.
이처럼 배터리 금속의 가격은 전기차 보급률 상승 → 원자재 수요 급증 → 가격 폭등이라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단기 조정은 있어도 장기적 상승 추세는 뚜렷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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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급의 정치화 ― ‘자원은 무기다’
슈퍼사이클의 특징 중 하나는 공급의 정치화입니다. 특정 자원이 소수 국가에 편중되면, 그 자원은 무기화되고 국제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리튬
칠레, 호주,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장악합니다. 특히 칠레는 2023년 리튬 산업 국유화를 발표해 글로벌 공급망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니켈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공급의 약 4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자국 내 제련소 건설을 강제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에 직접 투자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코발트
콩고민주공화국(DRC)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내전, 아동 노동 문제,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ESG 리스크가 큽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체지가 마땅치 않습니다.
이처럼 공급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자원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변합니다. 미·중 갈등, 자원 국유화, 환경 규제 등이 겹칠수록 가격은 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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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하면, 과거에는 석유와 철광석이 슈퍼사이클을 주도했다면, 2020년대에는 배터리 금속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의 확산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리튬·니켈·코발트 시장의 장기 상승은 단순한 투기적 거품이 아니라 구조적 수요 증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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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한국 기업과 투자자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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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기업들의 도전
에너지 전환과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한국 기업들에게 단순한 **“비용 부담”**을 넘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소재,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으며, 각 기업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세계 2위 배터리 제조사로, 미국 미시간·애리조나에 초대형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을 직접 수혜받기 위한 전략입니다. IRA에 따라 현지 생산 배터리에는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가 붙기 때문에, 현지 투자는 단순 확장이 아니라 생존 조건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현대차, 혼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안정적인 수요처도 확보했습니다.
삼성SDI
고성능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NCA 배터리를 개발해 BMW, 스텔란티스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 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삼성SDI의 장점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2027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기술 경쟁에서도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포스코퓨처엠
과거에는 단순한 철강 회사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배터리 소재 회사’로 탈바꿈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 직접 투자해 원료를 확보하고, 양극재·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에코프로 그룹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계열사들이 리튬·니켈 리사이클링(재활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용 후 배터리를 분해해 원자재를 추출하는 ‘어반 마이닝(Urban Mining)’ 시장은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ESG 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큽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태양광 모듈 생산 기업으로, 최근 IRA 지원금을 활용해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습니다. 한국 내 태양광 산업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미국의 ‘중국산 견제 정책’ 덕분에 한국 업체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광산 투자 → 소재 가공 → 완제품 생산 → 리사이클링에 이르는 글로벌 자원·공급망 게임에 직접 뛰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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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투자자의 체크포인트
투자자가 이 흐름을 바라볼 때는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1. 가격 사이클
원자재 가격은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단기적으로는 수요 둔화나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재생에너지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 상승 압력이 존재합니다. 투자자는 단기 시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 트렌드를 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2. 정책 변수
미국 IRA, 유럽 CRMA(Critical Raw Materials Act), 한국 Value-Up 프로그램 등 각국의 정책은 원자재 가격과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IRA는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현지 생산이라는 부담을 안겨줍니다. 유럽의 CRMA는 원자재 수입 다변화를 유도해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협력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3. 기술 변화
배터리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리튬 수요 구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리튬이 덜 필요해진다’고 해석하지만, 전기차 대수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 수요는 여전히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확산은 니켈·코발트 수요를 줄일 수 있어, 소재별 투자 전략이 달라져야 합니다.
4. 리스크 관리
특정 국가 의존도는 항상 리스크입니다. 콩고에서 코발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생산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ESG 규제가 강화되면, 환경 파괴·아동 노동 논란이 있는 자원 공급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급망 다변화와 리사이클링 기술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포인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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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부품 공급자’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원자재 전쟁의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 주가 차트가 아니라 정책, 기술, 공급망 구조라는 입체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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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스토리로 보는 원자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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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2년 니켈 쇼크 ― 하루 만에 250% 폭등
2022년 3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원자재 시장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니켈 가격이 단 하루 만에 250% 폭등하며 톤당 10만 달러를 돌파했던 것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중국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칭산홀딩스(Tsingshan Holding Group)**가 니켈 가격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포지션을 대규모로 잡았다가 역풍을 맞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동시에 숏 커버링(Short Covering)에 나서자 니켈 가격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치솟았습니다.
결국 LME는 거래를 중단하고 일부 거래를 취소하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이는 시장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번 사태는 원자재 시장이 정치적 리스크와 투기적 자금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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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칠레의 자원 국유화 선언 ― 리튬 패권의 이동
2023년, 세계 리튬 매장량 2위 국가인 칠레 정부는 리튬 산업의 국유화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칠레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Lithium Triangle)’를 이루며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정책 변화는 곧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국유화 정책 발표 이후, 한국·미국·일본 기업들은 앞다투어 칠레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거나, 아르헨티나·호주 등 다른 지역의 광산 지분 확보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는 리튬이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전략 무기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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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 기업의 대응 ― 포스코의 ‘광산에서 배터리까지’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자원 전쟁 속에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입니다.
포스코는 과거 철강 중심의 기업이었지만, 최근에는 ‘종합 소재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 전략이 바로 리튬 사업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직접 리튬 염호를 확보
리튬 원광 채굴 → 제련 → 양극재·음극재 생산 → 배터리 제조업체 공급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구축
이는 단순히 원자재를 사오는 수준이 아니라, ‘광산에서 배터리까지(From Mine to Battery)’라는 가치사슬 전체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러한 행보는 한국 기업들이 이제 단순한 하청 생산업체를 넘어, 글로벌 자원 시장의 플레이어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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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에너지 전환은 곧 자원 전쟁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친환경 발전 비중을 늘리는 정책적 구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자원 전쟁이자 신(新)산업 패권 경쟁입니다.
20세기를 지배한 석유처럼,
21세기의 리튬·니켈·코발트는 새로운 지정학적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라면 단기적인 가격 급등락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정책 변화(IRA·CRMA), 기술 혁신(전고체·리사이클링), 공급망 구조(국가별 의존도)**를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앞으로의 10년은 단순한 산업 경쟁이 아니라, 자원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의 재편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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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글로벌 차원의 원자재 전쟁 ― 새로운 패권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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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 IRA와 공급망 동맹
미국은 에너지 전환을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산업 패권을 되찾기 위한 국가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핵심 무기가 바로 2022년에 제정된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입니다.
IRA란 무엇인가?
IRA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통과시킨 대규모 기후·산업 투자 법안으로, 약 **3,690억 달러(한화 500조 원 이상)**를 재생에너지, 전기차, 반도체, 청정산업에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름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지만, 실제로는 **“에너지·산업 보조금 패키지”**에 가깝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조건
IRA의 핵심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입니다.
미국에서 전기차 1대를 구매하면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와 핵심 광물이 반드시 북미 또는 우방국에서 조달되어야 합니다.
이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일본·유럽 등 동맹국을 미국 중심 공급망에 묶어두려는 전략입니다.
광물 동맹 전략
미국은 자국 내 매장량만으로는 리튬·니켈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호주·캐나다·인도 등 자원 부국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리튬 OPEC’ 같은 자원 카르텔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광산 개발 투자와 장기 계약 체결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은 정책·보조금·동맹 외교를 동시에 활용해 차세대 원자재 패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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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국 ― 자원 무기화와 리사이클링
중국은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자, 동시에 배터리 원자재 가공 허브입니다.
리튬 정제 능력: 전 세계의 약 60%
코발트 제련 능력: 전 세계의 70% 이상
희토류 공급: 매장량 37%, 실제 생산량은 60% 이상
특히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코발트 광산 상당수가 중국 기업의 지분 아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즉, 중국은 자원 매장국이 아님에도 자원 운영국·제련국으로서 글로벌 공급망의 허리를 쥐고 있습니다.
중국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분야는 **리사이클링(재활용)**입니다.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이 늘어날수록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중국은 이미 기술력과 공장을 확보해 **“어반 마이닝(Urban Mining)”**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자재 가격이 불안정해질 때 ‘두 번째 광산’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결국 미국의 IRA가 “동맹 블록화” 전략이라면, 중국은 **“가공·재활용·광산 지분 장악”**이라는 현실적인 공급망 지배 전략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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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럽연합 ― CRMA로 맞불
유럽연합(EU)은 자원 매장량이 풍부하지 않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석유·가스의 경우 러시아에 크게 의존했고,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리튬·니켈·코발트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합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EU가 꺼내든 카드는 규제와 기술 주도권입니다.
(1) CRMA란 무엇인가?
**CRMA(Critical Raw Materials Act, 핵심 원자재 법)**는 2023년 유럽연합이 발표한 전략 법안입니다.
이 법은 유럽의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산업 발전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EU는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망간 등 34개 핵심 원자재를 지정하고, 2030년까지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세웠습니다.
자체 채굴 비중: 10% (현재 3% 수준에서 확대)
EU 내 가공 능력: 40%
재활용 비중: 15%
즉, 단순히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채굴-가공-재활용”의 자급 체계를 구축해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스웨덴에서는 리튬·니켈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며, 독일과 프랑스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광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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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BAM이란 무엇인가?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중인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EU로 수출할 때, 그 배출량만큼 추가 비용(탄소세)을 부과하는 것을 말합니다.
적용 대상: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수소(1차 대상 품목)
방식: EU 역내 생산기업은 탄소배출권(ETS)을 구매해 규제를 받는데, 역외 기업도 동일하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맞추겠다는 취지
목적: EU 기업만 불리하지 않게 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탄소 감축을 유도
즉, EU는 CBAM을 통해 **“환경 규제를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인도·러시아 등 수출국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결국 EU가 환경을 명분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사실상 통제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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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RMA와 CBAM의 시너지
CRMA와 CBAM은 따로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라, EU의 전략적 “투트랙”입니다.
CRMA: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채굴·가공·재활용에서 독자적 자급 능력을 확보하는 법적 기반
CBAM: 탄소 규제를 무역 무기로 삼아, 글로벌 기업들이 EU 기준에 맞추도록 압박하는 제도
이 두 정책이 결합되면, EU는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표준과 규제”**를 무기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됩니다.
예컨대 “EU 기준에 맞는 원자재만 배터리에 사용 가능”이라는 규정을 만들면, 전 세계 배터리 업체들은 EU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특정 채굴·가공 방식을 따라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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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로벌 파급 효과
CRMA와 CBAM은 단순히 유럽 내부만의 규제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중국은 원자재 공급망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유럽 기업과의 합작을 확대할 수밖에 없고,
한국·일본 기업들은 유럽 기준을 충족하는 친환경·ESG 전략을 강화해야 합니다.
아프리카·남미의 자원 부국들은 유럽과의 협력을 통해 투자 유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즉, 유럽은 자원 매장량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정책·규제·표준이라는 강점으로 전환하여, 글로벌 자원 전쟁에서 독자적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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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하면,
CRMA는 유럽의 자원 안보 전략 (공급망 다변화 + 자급 확대),
CBAM은 유럽의 환경 규제 전략 (탄소세를 통한 무역 장벽)입니다.
이 두 제도는 유럽이 단순한 수입국이 아니라 **“규제 강국, 표준 제국”**으로 변신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좌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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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흥국 ― ‘자원 국유화’와 협상력 강화
전통적으로 원자재 공급국이었던 신흥국들도 이제는 단순한 ‘자원 수출국’을 넘어 협상력을 강화하는 플레이어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칠레: 2023년 리튬 산업 국유화를 선언했습니다. 글로벌 2위 매장국의 결정은 전 세계 배터리 업체에 큰 파장을 주었고, 한국·미국·일본 기업들이 아르헨티나·호주 등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니켈 세계 1위 매장국. 2020년 이후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현지 제련소 건설을 강제했습니다. 이 때문에 테슬라·LG·CATL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 공장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DRC):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70% 이상을 보유. 그러나 내전과 아동 노동 문제로 ESG 리스크가 큽니다.
볼리비아: 리튬 매장량 세계 1위이지만, 기술력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본격적인 개발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자원을 외교 카드로 활용하면서, 단순 수출 대신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정책을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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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극화되는 자원 패권
정리하면, 21세기의 자원 전쟁은 네 축이 맞물리며 다극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동맹 중심 블록화 (IRA 기반)
중국: 제련·리사이클링 허브 전략
유럽: 규제와 ESG 주도권
신흥국: 자원 국유화와 협상력 강화
이 패권 다툼은 단순히 원자재 가격의 등락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신(新)산업 질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석유가 국제 정치를 흔든 것처럼, 이제는 리튬·니켈·코발트 같은 배터리 금속이 새로운 지정학적 무기이자 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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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문헌 및 자료
U.S. Congress, Inflation Reduction Act (IRA), 2022
European Commission, Critical Raw Materials Act (CRMA), 2023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Critical Minerals Market Review, 2023
World Bank, Minerals for Climate Action: The Mineral Intensity of the Clean Energy Transition, 2020
Financial Times, “Nickel trading suspended after price surges 250% in a day,” 2022
Reuters, “China dominates battery metals processing,” 2023
Financial Times, “Indonesia bans nickel ore export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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