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뉴스에 수시로 오르내리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 호르무즈 해협에 전운이 감돌 때마다 전 세계 주식시장과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우리의 경제와 투자 계좌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표면적으로는 '이란의 핵 개발 의혹'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갈등의 원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두 국가가 뿜어내는 뿌리 깊은 증오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시계를 약 70년 전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놀랍게도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끈끈한 동맹국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거대한 배신과 피의 역사가 이들을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철천지원수'로 만들었을까요?
모든 원한의 시작은 1953년, 이란의 '석유'에서 출발합니다. 당시 이란의 국무총리였던 '모하마드 모사데크'는 이란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민족주의 지도자였습니다.
당시 이란의 석유는 영국의 '앵글로-이란 석유회사(AIOC, 현재의 BP)'가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막대한 석유 수익의 단 16%만을 이란에 쥐여주고 나머지를 독식하는 착취 구조를 수십 년간 유지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모사데크 총리는 과감한 결단을 내립니다. "우리의 피와 같은 석유는, 우리 이란 국민이 통제하겠다"며 석유 산업의 전면 '국유화'를 선언한 것입니다.
값싼 석유 공급줄이 끊길 위기에 처한 영국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단독으로 이란을 굴복시키기엔 힘이 부쳤습니다. 결국 영국은 미국에 은밀한 구조 요청을 보냅니다. "모사데크가 소련과 손을 잡고 중동을 공산화시키려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말이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미국은 영국의 논리에 설득당하고 맙니다. 중동의 요충지인 이란이 소련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영국의 비밀정보국(MI6)은 이란의 합법적인 민주 정부를 무너뜨릴 비밀 쿠데타를 기획합니다. 이것이 바로 악명 높은 '아약스 작전'입니다.
결국 작전은 성공했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사데크 총리는 반역죄로 체포되어 실각합니다. 미국은 그 빈자리에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친미 성향의 독재자, '팔레비 국왕'을 권좌에 앉혔습니다. 작전은 깔끔하게 끝난 듯 보였지만, 이 사건은 이란 국민들의 가슴속에 "미국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짓밟고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독재자를 세운 제국주의의 앞잡이"라는 씻을 수 없는 분노의 트라우마를 각인시켰습니다.
미국의 든든한 지원을 등업은 팔레비 왕조는 무리한 서구화 정책(백색 혁명)을 추진하며 겉으로는 화려한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부정부패가 만연했고, 국왕은 '사바크(SAVAK)'라는 악명 높은 비밀경찰을 동원해 반대파를 잔혹하게 고문하고 처형하는 철권통치를 휘둘렀습니다.
1979년, 억눌렸던 민중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했습니다. 파리에 망명 중이던 이슬람 종교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연설이 카세트테이프에 담겨 이란 전역으로 은밀히 퍼져나갔고, 이는 수백만 명의 시민을 거리로 이끌었습니다. 결국 미국의 묵인 아래 군대가 시위대에 발포하며 유혈 사태가 벌어졌지만 혁명의 불길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팔레비 국왕은 막대한 재산을 챙겨 해외로 도주했고, 호메이니가 금의환향하며 역사적인 '이슬람 혁명'이 완성됩니다. 하룻밤 사이에 중동 최고의 친미 동맹국이 가장 강력한 반미(反美) 이슬람 신정 국가로 탈바꿈한 순간이었습니다.
혁명 직후, 양국 관계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는 결정적이고 파괴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도망친 팔레비 국왕이 암 치료를 명목으로 미국에 입국하자, 이란 국민들은 과거 아약스 작전의 악몽(미국이 다시 국왕을 복귀시킬 것이라는 공포)을 떠올리며 격분했습니다.
1979년 11월 4일, 분노한 이란의 이슬람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의 담벽을 넘어 습격합니다. 그들은 미국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등 52명을 인질로 억류하고 "팔레비를 이란으로 압송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끔찍한 인질극은 무려 444일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델타포스를 투입한 '독수리 발톱 작전(Operation Eagle Claw)'으로 인질 구출을 시도했지만, 사막에서 헬기가 충돌하며 대원 8명이 사망하는 참담한 실패로 끝납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1년이 넘도록 자국민을 구출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조롱당하는 모습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국가적 치욕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때부터 이란은 미국을 '거대한 사탄(Great Satan)'이라 부르고, 미국은 이란을 '악의 축'이자 타협할 수 없는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 나라는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상황만 간신히 피했을 뿐 중동 전역에서 치열한 그림자 전쟁(대리전)을 펼쳐왔습니다.
특히 2020년 1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군부의 실질적 2인자이자 영웅으로 추앙받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무인 드론(MQ-9 리퍼)으로 암살한 사건은, 양국의 그림자 전쟁이 언제든 실제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아찔한 사례입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단순히 지도자들의 정치적 마찰이 아닙니다. 반세기가 넘게 층층이 쌓인 배신, 수탈, 트라우마, 그리고 피의 복수극이 얽힌 체제의 생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토록 엄청난 비용과 군사적 피로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란을 철저하게 짓밟고 제재하려는 것일까요? 그 이면에는 역사적 원한을 넘어, 전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드는 '돈의 전쟁'이 숨어 있습니다.
👉 이어지는 [2부]에서는 미국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페트로달러 패권'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무서운 경제적 셈법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
지난 1부에서는 반세기가 넘게 층층이 쌓인 미국과 이란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적 원한과 그림자 전쟁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강대국들의 외교 무대에서 단순히 '감정'만으로 엄청난 군사비가 투입되는 전쟁을 불사하지는 않습니다.
표면적으로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와 '동맹국 이스라엘 보호'를 외치지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릅니다. 이 갈등의 가장 깊은 기저에는 전 세계 금융 시장의 룰을 지배하려는 미국의 '달러 패권 수호'와, 이를 무너뜨리려는 이란의 '탈달러(De-dollarization) 반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무서운 경제적 셈법을 이해하려면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불리는 제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71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경제는 "달러를 가져오면 언제든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미국의 약속(브레튼우즈 체제)을 믿고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으로 막대한 빚을 지고 금 창고가 바닥나자,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돌연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닉슨 쇼크)"고 폭탄선언을 합니다.
하루아침에 금이라는 든든한 담보를 잃은 달러는 단순한 종이 쪼가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달러의 가치가 폭락하며 미국 경제가 무너지기 직전, 1974년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과 윌리엄 사이먼 재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은밀히 날아갑니다. 그리고 세계 역사를 바꾼 '세기의 밀약'을 맺습니다.
"사우디 왕가의 권력과 안보를 미군이 영원히 지켜주겠다. 대신, 전 세계에 수출하는 사우디의 모든 석유는 오직 '미국 달러'로만 결제하게 하라."
이것이 바로 '페트로달러(Petrodollar·석유 결제 대금으로 받은 달러)' 시스템의 탄생입니다.
현대 문명을 돌리기 위해 석유가 필요하지 않은 나라는 없습니다. 일본, 한국, 유럽 등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석유를 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자국 화폐를 달러로 바꿔야만 했고, 달러는 쉴 새 없이 전 세계로 빨려 나갔습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오일달러 리사이클링(Oil Dollar Recycling)'이라는 마법입니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를 팔아 넘치도록 벌어들인 달러를 금고에 썩혀두지 않고, 가장 안전한 이자 수익처인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34조 달러(약 4경 5천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를 안고도, 산유국들이 끊임없이 미국 국채를 사주는 덕분에 파산하지 않고 전 세계 금융 패권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미국이 전 세계 어느 나라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쫓아내는 금융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달러 패권 덕분입니다. 이란 역시 오랫동안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달러 결제가 막혀 석유 수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을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무릎을 꿇는 대신, 미국의 가장 뼈아픈 역린을 건드렸습니다. 바로 '페트로달러 체제에서의 이탈'을 선언한 것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이것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체제 붕괴의 서막입니다. 만약 이란의 이러한 시도가 성공하여 브릭스(BRICS) 국가들을 넘어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원유 결제에 위안화나 유로화를 섞어 쓰기 시작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의 수요는 순식간에 급감하고, 아무도 미국 국채를 사주지 않아 국채 금리가 폭등하며 미국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즉, 미국이 이란을 그토록 강하게 압박하고 제재하는 진짜 이유는 이란의 핵폭탄보다 무서운 '달러 패권 붕괴라는 금융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기 위한 생존 투쟁인 셈입니다.
이처럼 돈과 패권이 얽힌 두 나라의 갈등이 진짜 전쟁으로 번졌을 때 전 세계가 공포에 떠는 이유는, 그 전쟁의 무대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기 때문입니다.
오만과 이란 사이에 위치한 이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된 원유가 대양으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입니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이 불과 39km밖에 되지 않아 배 두 척이 아슬아슬하게 교행해야 하는 이 좁은 바닷길은, 그야말로 세계 경제의 대동맥이자 목줄입니다.
실제로 미-이란 전쟁이 발발하여 호르무즈 해협이 단 일주일이라도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글로벌 경제는 즉각적인 심정지 상태에 빠집니다.
가장 먼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가볍게 돌파하고, 최악의 경우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게 월스트리트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유가가 폭등하면 항공유, 화물차 경유,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이 연쇄적으로 폭등하며 무시무시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덮칩니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릴 수 없고 오히려 더 올려야 합니다. 이는 이자 부담을 늘려 기업들의 파산과 가계의 소비 침체를 부르고, 결국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멈춰버리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최악의 악순환을 유발합니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분석하고 성장성에 투자하던 수많은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이러한 거시경제의 충격은 개별 종목의 호재를 모두 집어삼키는 거대한 쓰나미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거대한 지정학적 위기 앞에서도 살아남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똑똑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1부와 2부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역사적 배경,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과 페트로달러를 둘러싼 거시경제적 셈법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감이 실제 무력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글로벌 자본 시장과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까요?
금융 시장을 지배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악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악재의 파급력과 지속 기간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Uncertainty)'입니다. 주식 시장은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여 거래하는 곳인데, 전쟁과 같은 돌발 변수는 이 계산식 자체를 마비시키기 때문입니다.
과거 1990년 걸프전 발발 직전이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의 데이터를 복기해 보면 시장의 반응 메커니즘은 매우 뚜렷했습니다.
시장 전체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거시경제의 흐름을 역으로 타거나, 자본의 도피처가 되어 주가가 상승하는 자산군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이를 포트폴리오의 헷지(위험 분산) 수단이라고 부릅니다.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갈등은 한국 경제와 주식 시장에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의 특수한 구조적 환경 때문입니다.
🛡️ 한국 시장 투자 대응 전략: 이러한 거시적 환경에서는 경기 민감주(화학, 철강, 일반 소비재 등)의 비중 축소가 권장됩니다. 대안으로는 달러 강세를 헷지할 수 있는 '미국 주식(달러 자산)'의 비중을 적절히 유지하거나, 국내 주식 중에서는 중동 및 글로벌 안보 불안의 반사 이익을 얻는 방산 섹터(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물류 병목 현상과 선박 우회로 인해 운임 및 발주가 증가할 수 있는 조선 섹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과거 수십 년간의 금융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증시 폭락은 예상보다 '단기적인 충격'에 그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쟁 등 극단적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고 나면, 시장은 이를 '알려진 악재(해소된 불확실성)'로 인식하고 바닥을 다진 후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에 동요하여 섣부른 투매(Panic Sell)에 동참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객관적인 자산 배분 원칙을 점검해야 합니다.
미국과 이란, 그리고 중동을 둘러싼 복잡한 지정학적 셈법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장기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거시경제적 흐름과 자본 시장의 반응 원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대비한다면,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 속에서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통제하고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 투자 면책 조항 (Disclaimer)
본 포스팅은 특정 국가의 거시경제 흐름과 과거 금융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된 시나리오 분석 및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특정 주식, ETF, 금융 상품에 대한 매수 혹은 매도 추천(리딩)이 절대 아닙니다.
금융 시장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본 글의 내용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의 최종 결정권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명시합니다. 투자 전 반드시 본인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과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