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라웨어 대법원 판결부터 200조 보상, 그리고 AI 제국의 완성까지
2025년 12월 19일 금요일 장 마감 직전,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미국 델라웨어 대법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판결문은 단순히 한 억만장자의 월급을 돌려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테슬라($TSLA)라는 기업의 재무제표가 하루아침에 ‘걸레’가 될 수도, 혹은 ‘황금알’로 남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테슬라 주주들을 잠 못 들게 했던 공포의 실체는 ‘260억 달러(약 35조~40조 원) 규모의 일시적 비용 인식’이었습니다. 만약 법원이 기존 보상안을 영구히 폐기했다면, 테슬라는 머스크를 붙잡기 위해 새로운 계약서를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테슬라가 지난 몇 년간 피땀 흘려 벌어들인 순이익을 단 한 방에 날려버릴 만큼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미국 회계기준인 ASC 718이라는 다소 딱딱한 규칙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임직원에게 주식을 줄 때는, ‘준다고 약속한 날(Grant Date)’의 주가를 기준으로 비용을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 2018년의 테슬라: 당시 주가는 지금과 비교하면 ‘껌값’ 수준이었습니다. 테슬라는 머스크에게 옵션을 주면서 장부상에 단 23억 달러 정도만 비용으로 적으면 됐습니다. 그것도 6년에 걸쳐 나눠서 말이죠. 테슬라 입장에서는 아주 싼 값에 세계 최고의 경영자를 부린 셈입니다.
● 2025년의 테슬라: 만약 기존 계약이 무효가 되어 새로 계약했다면 어땠을까요? 현재의 높은 주가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로이터와 금융 분석가들은 이 비용이 최소 250억~29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게 왜 무서운 걸까요? 이 금액은 테슬라의 연간 순이익을 몇 배나 뛰어넘는 액수입니다. 현금이 실제로 나가는 건 아니지만, 장부상 순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고, 주당순이익(EPS)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실적에 민감한 기관 투자자들이나 알고리즘 매매 시스템은 기계적으로 테슬라 주식을 팔아치우게 되고, 이는 곧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는 ‘데스 스파이럴(Death Spiral)’을 초래할 뻔했습니다.
델라웨어 대법원의 판결문 49페이지에는 흥미로운 논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1심 판사였던 캐슬린 맥코믹은 “머스크가 이사회를 장악해 부당하게 챙겼다”며 보상안을 취소했지만, 대법원은 관점이 달랐습니다.
“머스크가 지난 6년간 모든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Tranches)를 달성해 주주들에게 거대한 부를 안겨주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법원은 위와 같이 명시했습니다. 만약 보상안을 완전히 취소해버리면, 머스크는 지난 6년간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동차 회사를 만든 대가로 ‘0원’을 받게 되는 셈인데, 법원은 이를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구제(Inequitable remedy)’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기존 보상안을 그대로 ‘복원(Reinstate)’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 판결 하나로 테슬라는 수십 조 원의 추가 비용을 장부에 적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과거의 낮은 비용 구조를 그대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승소는 테슬라에게 두 가지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저 엄청난 옵션을 행사할 때 내야 할 75조 원의 세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그리고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팔지 않고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흥미진진한 자금 조달의 드라마는 [2부]에서 이어집니다.
델라웨어 대법원의 판결로 엘론 머스크는 2018년 약속받았던 3억 4백만 주(304M shares)에 대한 옵션 권리를 완벽히 되찾았습니다. 2025년 12월 현재, 테슬라 주가로 환산한 이 옵션의 가치는 약 1,470억 달러(한화 약 200조 원)에 달합니다. 단일 경영자가 받는 보상으로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머스크 앞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개인 세금 고지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옵션을 행사하는 순간 발생하는 막대한 세금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테슬라 주가의 향방을 결정지을 마지막 퍼즐입니다.
미국 세법상 스톡옵션 행사는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집니다. 머스크가 가진 옵션의 행사가격은 2018년 당시 기준으로 매우 낮습니다(약 $23 수준). 그런데 현재 주가는 그보다 훨씬 높죠.
● 과세 원리: 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받는 순간, [현재 주가 - 행사가격] 만큼의 차액을 정부는 ‘근로소득’으로 간주합니다.
● 세율: 머스크와 같은 초고소득자에게는 연방 소득세와 주세 등을 합쳐 약 40~50%에 가까운 세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 결과: 1,470억 달러의 가치를 실현하는 대가로 머스크는 약 570억 달러(약 75조 원)를 현찰로 내야 합니다.
문제는 머스크의 자산 대부분이 주식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그가 세금을 내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시장에 대량 매도(Dumping)한다면, 주가는 곤두박질칠 것이고 주주들은 다시 한번 ‘머스크 리스크’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를 오버행(Overhang, 잠재적 과잉 물량) 리스크라고 부릅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고 시장이 환호하는 시나리오는 바로 스페이스X(SpaceX)의 상장입니다. 2025년 말 현재, SpaceX의 기업 가치는 무려 1.5조 달러(약 2,000조 원)에 도달했습니다.
머스크는 주식을 파는 것을 싫어합니다. 대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데 천재적이죠.
● 전략: 이미 가치가 검증된 테슬라와 SpaceX 주식을 담보로 월가 대형 은행들로부터 수십조 원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주식을 매도하지 않으므로 경영권(의결권)을 유지할 수 있고, 매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발생도 뒤로 미룰 수 있습니다. 최근 테슬라 주가가 안정 궤도에 올랐고 xAI 등 머스크의 다른 기업 가치도 폭등했기 때문에, 은행들 입장에서는 머스크보다 안전한 대출처가 없습니다.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현 X) 인수 당시 테슬라 주식을 팔아 주주들에게 큰 상처를 줬던 경험을 잊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2025년 말 현재, 그는 정부 효율성 위원회(DOGE) 등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며 테슬라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는 장내에서 주식을 팔아 개인 투자자들을 울리기보다는, 기관 투자자 간의 장외 거래(Secondary Market)나 SpaceX 지분 활용을 통해 주가 하락 압력을 철저히 통제할 것입니다. 시장은 이미 이를 눈치채고 “머스크의 세금 문제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라, 오히려 SpaceX 상장을 앞당기는 호재”라고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2부 요약: SpaceX는 테슬라의 든든한 ‘현금 창고’다
결론적으로 75조 원의 세금은 머스크에게 큰 숙제이지만, 해결 불가능한 난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SpaceX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테슬라 주식의 희소성이 유지된다면, 주가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5년 12월, 델라웨어 대법원의 판결로 엘론 머스크는 다시 한번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를 굳혔습니다. 하지만 머스크에게 이번 승리는 단순히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판결로 3억 4백만 주의 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머스크는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의결권 20% 이상’이라는 강력한 고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왜 그는 이 숫자에 그토록 집착했을까요? 그것은 테슬라의 2막, 즉 ‘피지컬 AI(Physical AI)와 로봇 공학’으로의 완전한 전환을 위한 절대적인 지배권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는 과거 여러 차례 “테슬라가 AI와 로봇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약 25%의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 단기 이익과의 싸움: AI와 로봇 개발은 천문학적인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지분율이 낮은 경영자는 분기별 실적에 목매는 행동주의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의 ‘단기 수익 압박’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 의사결정의 독점: 20% 이상의 지분은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불가능하게 만들며, 머스크가 로봇택시나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파괴적 혁신을 밀어붙일 때 누구도 제동을 걸 수 없는 강력한 방어벽이 됩니다.
이제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머스크의 철학이 지배하는 ‘AI 제국’으로 완전히 체질을 개선하게 되었습니다.
2025년 말 현재, 테슬라의 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는 이미 인간의 개입이 거의 필요 없는 완성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시장이 2026년을 테슬라 역사의 가장 결정적인 해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 거대한 축 때문입니다.
2026년은 운전대 없는 테슬라 차량이 도심을 누비는 첫해가 될 전망입니다. 이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자산’에서 ‘수익을 내는 서비스(SaaS)’로 바꾸는 역사적 변곡점입니다.
머스크는 2026년 옵티머스 로봇의 본격 양산을 예고했습니다. 이 로봇이 장기적으로 테슬라 매출의 80%를 차지할 것이며, 테슬라의 주력 제품이 이동할 것입니다.
주주들이 이번 보상안 복원에 환호하는 진짜 이유는 재무제표의 클린화뿐만 아니라, 머스크가 테슬라에 ‘영원히’ 머물며 이 10년짜리 비전을 책임질 것이라는 강력한 확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머스크의 75조 원 세금 문제를 걱정하지만, 시장의 고수들은 오히려 이를 호재로 읽습니다.
● 리스크의 전이: 세금 마련을 위해 SpaceX의 IPO(기업공개)가 2026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SpaceX의 상장 소식은 머스크의 자금줄을 탄탄하게 만들어 테슬라 주식의 매도 압력(오버행)을 원천 봉쇄합니다.
● 생태계의 완성: 이제 테슬라(지상 교통), SpaceX(우주 및 스타링크 통신), xAI(인공지능)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입니다. SpaceX의 가치가 오르면 머스크의 담보 능력이 커지고, 이는 테슬라 주가의 안정으로 이어지는 ‘머스크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한 기업가가 법적 난관과 재무적 위기를 뚫고 자신의 비전을 끝내 증명해내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델라웨어 대법원의 판결은 테슬라에게는 ‘과거의 족쇄(회계 비용)’를 풀어주었고, SpaceX의 성장은 머스크에게 ‘현금의 자유(세금 해결)’를 주었으며, 복원된 지분율은 그에게 ‘미래의 지휘권’을 부여했습니다.
테슬라 투자자들에게 2025년 12월은 단순한 한 해의 마무리가 아닙니다. 40조 원의 공포가 사라지고, 200조 원의 비전이 확정된 ‘테슬라 2.0 시대’가 공식적으로 선포된 달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명확합니다. 강력한 지배력을 손에 쥔 머스크가 2026년 로봇과 AI가 지배하는 세상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낼지 즐겁게 지켜보는 것뿐입니다. 인류 최대 기업을 향한 테슬라의 질주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본 내용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구성된 분석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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