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 갈등과 트럼프의 아킬레스건 ― 주식시장에 흔들리는 패권전쟁
2025년 10월 뉴욕 증시는 미·중 무역 갈등과 셧다운 우려 속에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중국이 겨냥한 트럼프의 약점, 그리고 글로벌 시장 파급효과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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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다시 불붙은 무역 전쟁 ― 긴장의 재점화
2025년 가을,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큰 파도에 휘말리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AI와 신산업 붐이 경기 둔화 우려를 상쇄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10월 중순 들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불안정해졌다.
10월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수가 큰 폭으로 흔들리지 않은 듯 보였지만, 장중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랐다. 투자자들은 미·중 무역 전쟁의 재점화,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중국의 희토류 통제 조치가 던지는 충격을 동시에 소화해야 했다. 이러한 복합적 악재는 시장에 극심한 변동성을 불러왔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7.15포인트(–0.04%) 하락한 46,253.31에 마감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거의 움직임이 없는 듯 보이지만, 이는 블루칩 종목들이 방어적인 성격을 보였기 때문일 뿐이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26.75포인트(+0.4%) 상승한 6,671.0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48.37포인트(+0.66%) 오른 22,670.08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과 하락이 엇갈린 결과를 보여주면서 ‘혼조세’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지만, 이 하루 동안 투자자들이 경험한 심리적 압박은 단순한 숫자로는 표현되지 않는다.
실제 장중 흐름은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했다. S&P500지수는 장 초반 금융주와 일부 기술주의 강세에 힘입어 한때 +1.2%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오후 들어 미·중 간 추가 충돌 우려와 셧다운 장기화 불안이 다시 부각되면서 하락 전환했고, 장 마감 직전 또다시 반등하는 등 방향성을 잃은 채 요동쳤다. 이러한 패턴은 시장이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변동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지표가 바로 **VIX(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였다. VIX는 흔히 ‘월가의 공포지수’라 불리는데, S&P5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변동성 기대치를 나타낸다. 안정적인 장세에서는 보통 12~15 수준에 머물지만, 불안이 고조되면 20 이상으로 치솟는다. 이날 VIX는 장중 22까지 급등했다가 20.7에 마감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한 단기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 요인을 의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시장은 언제든지 작은 뉴스 하나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긴장 고조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극심한 변동성은 단순히 기술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시장이 주목한 근본적 요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중국의 희토류 통제 조치와 미국의 대응 발언이 갈등 격화를 예고.
2.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 정부 기능이 중단되면서 경제지표 발표와 정책 집행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불안 심리를 키움.
3. 기업 실적 시즌의 불확실성: 일부 금융주가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다른 업종들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특히 투자자들은 “만약 미·중 갈등이 단순한 외교적 신경전이 아니라 실제 관세·무역 조치로 확대된다면, 주식시장은 또다시 급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지수 자체는 큰 폭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의 체감 변동성은 훨씬 더 극심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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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금융주의 ‘어닝 서프라이즈’와 기술주의 반등
시장의 불안을 잠시 진정시킨 것은 다름 아닌 **금융주의 어닝 서프라이즈(실적 깜짝 호조)**였다. 전날 JP모건, 골드만삭스, 웰스파고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15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모건스탠리가 차례로 실적을 내놨다. 두 회사 모두 매출과 이익에서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성과를 기록했고, 이는 곧바로 주가로 반영되었다.
BoA 주가는 하루 만에 **+4.37%**나 뛰었고, 모건스탠리도 **+4.72%**의 강세를 보였다. 전날 이미 호실적을 발표했던 JP모건마저 +1.2% 추가 상승하며 금융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특히 은행주들은 미국 경제의 체력을 보여주는 척도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적표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로 해석되었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최고투자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은행들이 마치 홈런을 치듯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신호이며, 연준(Fed)이 이달 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금융주의 호실적은 불안한 대외 환경 속에서도 미국 내 경제 기반이 아직 튼튼하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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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의 반전 ― AMD의 급등과 AI 경쟁 구도
이날 기술주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종목은 단연 AMD였다. 오라클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AMD의 최신 인공지능(AI) GPU 5만 개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AMD 주가는 하루 만에 무려 +9.4% 폭등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AMD가 대규모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에게 “AI 반도체 판도가 새롭게 흔들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같은 날 오라클 주가도 +1.55% 상승하며 호재를 공유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0.1% 하락에 그쳤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독점 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일부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동안 AI 열풍은 주로 엔비디아 한 기업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AMD의 이번 계약 발표는 시장 판도에 균열을 내는 신호탄으로 해석되었다.
AI 반도체 시장은 단순히 기술 기업의 매출 확대를 넘어 글로벌 증시 전체의 투자심리를 좌우하는 핵심 테마로 자리잡았다. 2024년 이후 미국 나스닥의 상승을 주도한 것도 바로 이 AI 기대감이었다. 따라서 AMD의 급등은 단순한 개별 주가 이벤트가 아니라, **“AI 경쟁이 이제 본격적인 다극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시장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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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술의 이중 효과
이날 뉴욕증시에서 금융주와 기술주는 서로 다른 이유로 강세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공통의 효과를 냈다. 바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일정 부분 완화하고, 투자자들에게 “미국 경제와 산업은 여전히 활력을 잃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금융주는 실적이라는 현실적 데이터를 통해 경제 체력을 보여주었고,
기술주는 AI라는 미래 성장 스토리를 통해 기대감을 자극했다.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지수는 큰 폭의 하락을 피할 수 있었고, 변동성 속에서도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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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중국의 강경한 태도와 ‘트럼프의 아킬레스건’
최근 뉴욕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이면에는 단순한 경기 불안이 아니라, 다시 불붙은 미·중 무역 전쟁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강경한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는 단순히 한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라기보다, 사실상 동맹국과의 공급망을 흔들어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對中)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산 대두 구매를 중단해 미국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산 식용유 및 기타 품목 거래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분석은 현실적이었다. 이미 미국의 중국산 식용유 수입량은 미미한 수준이고, 로이터 통신은 중국 내 폐식용유 업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마지막 화물이 3월 말~4월 초 출항한 이후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전했다. 즉, 트럼프의 압박 카드가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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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파악한 ‘트럼프의 약점’
이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떠오르는 분석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보도에서 “중국이 무역 갈등에서 발견한 미국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식시장 집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트럼프가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고 판단한다. 과거 몇 차례 사건에서 이미 그 패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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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로 보는 ‘주식시장 아킬레스건’
1. 2025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0%가 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보복 관세와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섰고, 결과는 뉴욕 증시 급락이었다. 압박을 이어가던 트럼프는 결국 일부 관세를 철회하거나 유예하면서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2. 2025년 4월 2일
트럼프는 ‘해방의 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글로벌 주요국에 일제히 관세 폭탄을 던졌다. 하지만 그 다음 날 뉴욕 증시는 급락하며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고, 이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대한 시장 불신을 드러냈다.
3. 2025년 10월 10일
미·중 무역 휴전이 끝나자마자 뉴욕 증시 나스닥 지수가 –3% 급락했다. 불과 하루 뒤인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중국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발언하며 톤다운에 나섰다. 불과 24시간 만에 강경 발언에서 완화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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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자신감과 전략적 계산
이러한 사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충격 앞에서 쉽게 물러서는 패턴을 반복해왔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이를 근거로 미국이 장기적인 무역 갈등을 감당할 체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의 증시 의존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이를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러시 도시는 이를 두고 “트럼프가 과거 희토류 사안에서 물러섰듯, 이번에도 중국은 그가 결국 물러설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주식시장을 흔드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면 트럼프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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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에게 던지는 의미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이런 전략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뉴욕 증시가 급격히 출렁이는 모습은, 곧 투자심리의 불안정성을 상징한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체온계’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압박의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무역 협상에서 중요한 변수는 단순한 관세율이 아니라, **“뉴욕 증시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를 잘 알고 있고, 트럼프는 그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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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불확실성의 교차점 ― APEC 정상회의와 글로벌 경제
미·중 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도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CNBC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포럼’ 연설에서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과 제조 공정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과할 정도의 집단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미국이 일본·한국·유럽과 연계해 중국의 희토류·핵심 원자재 통제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적 시그널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선트 장관은 한 가지 중요한 단서를 남겼다.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은 그대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강경한 압박 기조는 유지하되, 협상의 문을 닫지는 않겠다”는 이중 전략을 시사한다. 갈등이 격화되는 순간에도 ‘대화의 공간’을 남겨두는 것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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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권시장이 보여주는 신호
주식시장만 요동친 것이 아니다. 이날 글로벌 채권시장도 예민하게 움직였다. 세계 금융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03%**로 전일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통화정책에 더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2bp(0.02%p) 상승해 3.5% 선에 올랐다.
이 미묘한 차이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장기 금리는 “미국 경제가 아직은 버틸 수 있다”는 신호를 주지만, 단기 금리는 “연준(Fed)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수도 있다”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반영한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은 여전히 무역 갈등의 파급력과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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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트럼프의 약점과 세계 경제의 갈림길
지금의 미·중 무역 전쟁은 단순한 관세 인상·인하의 문제가 아니다. 범위는 이미 정치·금융·자원(희토류)·식량(대두·식용유) 등으로 확장되었고,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은 주식시장”이라는 전략적 인식을 바탕으로 압박을 지속한다.
미국은 금융주의 호실적과 동맹국과의 공조를 앞세워 시장의 불안을 억누르려 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과거에 증시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강경책을 철회하거나 완화 발언으로 선회했던 사례들은, 중국의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결국 이번 갈등의 향방은 외교적 수사나 무역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뉴욕 증시가 얼마만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금융주와 일부 기술주에서 나타난 미국 경제의 내구력은 여전히 시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10월, 세계 경제는 트럼프의 아킬레스건과 중국의 전략이 맞부딪히는 갈림길 위에 서 있다.
📌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2025년 10월 14일 보도
로이터(Reuters), 2025년 10월 14~15일 보도
CNBC, CFRA 리서치 인터뷰, 2025년 10월 15일
미국 재무부 발언 (CNBC Invest in America Forum), 2025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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