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배경과 체결
1. 사건 개요
202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은 세계 각국 정상과 기업 지도자들로 붐볐습니다. 유엔총회가 열리는 시기였기 때문에 국제 정치·경제 현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첫 일정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 앞서 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이자 세계경제포럼 의장인 래리 핑크 회장을 만났습니다. 이 만남의 장소는 뉴욕의 한 호텔이었고, 단순한 의례적 환담이 아니라 양국 간 협력의 출발점을 다지는 실질적 회담이었습니다. 회담 직후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랙록 사이에 공식적으로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서, 한국의 AI 산업 및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은 한층 더 국제적 동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2. 누가 참여했는가
이날의 회담은 단순히 두 사람의 만남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우선 한국 측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국가 차원에서 이번 협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동석한 인물 중 하나인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단순한 상징적 참석자가 아니었습니다. 정부의 핵심 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 함께했다는 것은, 이번 협의가 외교적 이벤트를 넘어 실제 정책과 연결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반대편에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장인 래리 핑크 회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그는 단순히 한 금융회사의 대표가 아니라, 세계경제포럼 의장으로서 글로벌 경제 의제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입니다. 핑크 회장이 직접 한국 대통령과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왜 이 시점인가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일까요? 시점을 이해하려면 한국과 글로벌 시장 모두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최근 몇 년간 AI 인프라 확충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아왔습니다. 특히 대형 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 공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랙록의 투자 철학은 시의적절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래리 핑크 회장은 오래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강조해온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블랙록은 단순히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탈탄소 전환·재생에너지 확산·지속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투자 포트폴리오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AI와 에너지 전환”은 뗄 수 없는 쌍둥이 의제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블랙록이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한쪽은 인프라와 기술을 필요로 하고, 다른 한쪽은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니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4. MOU의 주요 내용
이번 MOU는 단순히 “협력하겠다”는 선언을 넘어, 구체적 실행 방향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첫째, 협력의 핵심 축은 AI와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결합입니다. 블랙록은 한국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서버 공간 확충이 아니라,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에너지 저장장치를 함께 연결하는 통합형 모델로 추진될 가능성이 큽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이를 재생에너지와 연동하는 방식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
둘째,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 명시되었습니다. 단순히 국내 수요를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아시아 각국의 데이터와 AI 연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싱가포르, 일본 등과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협력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셋째, 단독 협력이 아닌 글로벌 파트너십 체계를 지향합니다. 블랙록과 한국 정부만이 아니라, 다른 국제 자본과 산업 파트너들을 함께 참여시키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AI 인프라 파트너십(AIP)’ 같은 다자적 틀을 활용해 투자 규모와 범위를 키우려는 전략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협력의 구체화를 위해 곧바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TF는 투자 시점, 자금 규모, 구체적 포트폴리오를 논의하는 실행 기구로, 이 단계에서 실제 투자 규모와 대상 프로젝트가 확정될 전망입니다. 단순히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바로 실행 준비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번 MOU는 상징적 이벤트를 넘어 실질적 사업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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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규모, 의미, 도전 과제
1. 수치로 보는 현황과 전망
블랙록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로, 운용 자산은 무려 12조 5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경 7천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로,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도 압도적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회사가 특정 국가의 산업에 주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나라의 위상이 달라집니다.
이번 한국과의 협력에서 언급된 투자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초기에는 수조 원 단위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됩니다. 이는 단순히 상징적인 시범사업이 아니라, 투자 성과와 인프라 환경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대의 성격을 지닙니다. 이후 단계에서는 “수십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기간 역시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향후 5년을 내다본 장기 계획입니다. 단순히 데이터센터 몇 곳을 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에너지-데이터 인프라 전환의 거대한 청사진이 포함된 것입니다. 한국은 그 거점이자 허브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죠.
2. 스토리와 정책적 맥락
이번 MOU는 단순한 외교 성과물이 아니라, 투자의 실제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협약을 외교적 이벤트로 포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 TF(태스크포스) 구성을 통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이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입니다. 정부는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투자 거점(country of choice)**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단순히 블랙록 한 곳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제 자본과 기관투자자, 국내 기업까지 참여하는 다자적 협력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범위가 넓습니다.
래리 핑크 회장 또한 이번 협력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는 “AI와 탈탄소 전환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이를 친환경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사회적 반발과 지속가능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핑크 회장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과 급증하는 AI 수요를 동시에 투자 동력으로 본 것이고, 이는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합니다.
3. 기대 효과와 도전 과제
이번 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매우 큽니다.
첫째, 인프라 구축 속도가 빨라집니다. 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발전소, 대규모 저장 장치, 전력망 강화 시설 등이 외국 자본을 통해 빠르게 조성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건물 몇 채를 짓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됩니다.
둘째, 기술과 산업 생태계가 고도화됩니다.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분야는 반도체, 배터리, 통신 장비, 냉각 기술 등 다양한 산업을 아우릅니다. 해외 자본과 협력 프로젝트가 늘어나면 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이 촉진되고,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글로벌 위상이 높아집니다.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면, 단순한 산업 성장뿐 아니라 기업 유치, 인재 확보,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등에서 경쟁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전 요소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실행 리스크가 큽니다. 이번 MOU는 큰 방향을 제시했을 뿐, 투자액, 일정, 책임 주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TF가 이를 구체화하지 못하면 선언적 이벤트에 머물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전력 문제가 핵심입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모가 막대하고 냉각 비용도 높습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고 해도 전력망 안정성, 저장장치 구축, 계절적 변동성 등을 해결해야 합니다.
여기에 규제와 인허가 문제도 있습니다. 토지 확보, 환경영향평가, 지역 주민 반발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흔히 등장하는 난관입니다. 정부가 이를 얼마나 원활하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재 확보가 필수입니다. AI 기술을 다룰 연구 인력,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기술자, 에너지 관리 전문가 등 다층적인 인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한국이 이 인력을 국내에 붙잡아 두지 못한다면 투자의 효과는 반감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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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앞으로의 방향과 제언
1. 실질적 실행 단계에서 주목해야 할 것들
우선, TF의 구성과 역할이 명확해야 합니다. 투자 규모와 방식, 책임 소재, 일정 등을 TF에서 신속하게 확정하지 않으면, 초기 동력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파일럿 프로젝트가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수십조 원 규모를 집행하기보다는, 소규모 지역에서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설비를 연동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적, 행정적 장애를 점검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셋째, 민관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정부 주도만으로는 속도와 효율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 기업과 해외 투자자, 연구기관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2. 해외 사례 비교
비슷한 시도를 한 해외 사례를 보면 참고할 점이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를 여러 주에 설립하며, 세제 혜택과 전력 인센티브를 활용했습니다.
싱가포르와 일본 역시 데이터센터 허브 전략을 추진하며, 국가 차원에서 전력망과 냉각 시스템을 지원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전력을 수입하거나, 해저 데이터센터를 실험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 또한 국가 주도로 AI 인프라를 확장하며,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해외 사례들은 한국이 가야 할 길에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됩니다.
3. 정책적 제언
마지막으로 몇 가지 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책적 안정성이 필요합니다.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법률, 세제, 인허가 제도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둘째,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효율화 기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이 함께 병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인재와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설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이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확보해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해외 인재 유치와 동시에 국내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넷째, 지역 주민 수용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대규모 인프라 시설은 환경, 소음, 전력 사용 문제로 지역 반발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사전에 공청회와 주민 협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출처 정리
한겨레, 「이재명 대통령,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 회동…“한국을 아태 AI 허브로”」, 2025.09.23.
👉 기사 원문
뉴시스, 「정부-블랙록,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협력 MOU 체결」, 2025.09.23.
👉 기사 원문
매일경제, 「韓-블랙록 MOU…韓, 아시아 AI 허브 도약」, 2025.09.23.
👉 기사 원문
한국경제, 「블랙록 핑크 회장 “AI·탈탄소 전환, 함께 가야”」, 2025.09.23.
👉 기사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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