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분기 사상 최대 매출 돌파 ― AI 수요 폭발과 2나노 공정의 미래

📌 TSMC, 사상 최대 매출의 명암 ― 독주체제와 다가오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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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3분기 ‘사상 최대 매출’ ― AI 수요가 만든 기록
2025년 가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중심은 단연 대만의 TSMC였다.
TSMC(臺灣積體電路製造公司,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사실상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반도체 기업 중에서는 흔치 않게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지 않고, 오로지 다른 기업이 설계한 칩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집중해온 회사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TSMC는 애플, 엔비디아, AMD,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의 필수 파트너가 되었다.
🔹 사상 최대 매출의 의미
TSMC는 2025년 10월 잠정 실적을 통해 **3분기 매출 9,899억 1,800만 대만달러(약 46조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전 분기 대비 성장한 것이 아니라,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것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6.4%, 업계 평균을 훌쩍 웃도는 수치였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누적 실적이다. 202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출은 약 2조 7,629억 대만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36% 이상 늘어난 규모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무역 긴장 속에서도 이 정도의 고성장을 이룬 것은, 반도체 업계 내에서 AI가 얼마나 폭발적 수요를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 AI·HPC 수요 폭발이 만든 실적
이번 실적의 핵심 배경은 **AI(인공지능)와 HPC(고성능 컴퓨팅)**이다.
2023~2024년부터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붐이 촉발되면서,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기존 서버 확충 수준을 넘어 AI 전용 GPU·CPU·가속기 칩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칩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곳이 바로 TSMC다.
엔비디아(NVIDIA): 세계 최대 GPU 기업으로, H100·B100 같은 AI GPU의 핵심 생산을 TSMC 4나노·5나노 공정에서 위탁.
AMD: MI300 시리즈 GPU, EPYC CPU 등 차세대 HPC 칩을 TSMC에서 생산.
애플(Apple): M시리즈 칩과 A시리즈 칩 역시 3나노 공정을 통해 TSMC에서 제조.
즉, 지금의 AI 붐은 ‘TSMC의 호황’과 사실상 동의어다. AI 반도체가 늘어날수록 TSMC의 생산라인은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매출은 꾸준히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 투자자와 시장의 반응
실적 발표 전부터 이미 시장은 TSMC의 호실적을 예상하며 주가에 반영해왔다. 대만 증시에서 TSMC의 비중은 3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는 **“대만 증시는 곧 TSMC”**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에도 현지 언론은 “4분기 역시 전통적 성수기와 AI 특수 효과로 실적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팡궈 유니프레지던트 인베스트먼트 컨설팅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 “TSMC는 엔비디아-오픈AI의 교차 투자, AMD-오픈AI 제휴의 직접적 수혜자다. 단순히 3분기뿐 아니라 4분기에도 성수기 효과와 AI 붐이 맞물려 영업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다.”
라고 평가했다.
즉, TSMC는 AI 생태계 내에서 **‘간접 수혜자(indirect winner)’가 아니라, 사실상 모든 흐름의 ‘직접 수혜자(direct winner)’**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 단순한 경기 반등이 아닌 구조적 변화
이번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경기 순환(cyclical rebound) 때문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변화(structural change) 때문이라는 점이다.
반도체 수요는 전통적으로 스마트폰·PC·자동차 등 완제품 시장의 경기 변동에 따라 좌우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AI와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축이 등장하며, 반도체 시장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경기 호황 → 스마트폰·PC 판매 증가 → 반도체 수요 확대
현재: AI·HPC 확산 → 데이터센터 증설 → GPU·CPU 등 초고성능 칩 수요 급증
이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디지털 전환과 맞물린 구조적 흐름이다. 따라서 TSMC의 이번 매출 기록은 단순한 “한 분기 호황”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사이클의 서막으로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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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2㎚ 공정과 설비투자 ― 독주체제의 강화
TSMC의 사상 최대 매출을 가능케 한 또 하나의 축은 차세대 공정 기술, 그중에서도 2나노미터(2㎚) 반도체 공정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선단(先端) 공정으로 불리는 초미세화 경쟁은 단순히 기술 진보 차원을 넘어, 기업 간 시장 독점력과 글로벌 패권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다.
🔹 2㎚ 시험 생산 돌입
대만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이미 신주 바오산(팹20)과 가오슝 난쯔(팹22) 공장에서 2㎚ 공정 시험 생산을 개시했다. 시험 수율은 약 70%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서 70%는 의미심장하다. 초기 공정에서는 수율이 30~50%대에 머무는 경우가 흔하지만, 70%를 넘기면 사실상 상용화 직전 단계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TSMC는 2025년 연내 2㎚ 양산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6년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출하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곧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AI·HPC 칩 설계에 맞춰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 선단 공정의 전략적 의미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는 단순히 신제품 효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1㎚ 단위 경쟁은 곧 경쟁사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파운드리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다. 공정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빅테크의 독점적 파트너로 자리 잡는다.
실제 시장 점유율은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TSMC: 70.2%
삼성전자: 7.3%
중국 SMIC: 5.1%
이 수치는 TSMC가 단순히 ‘1위’가 아니라, 사실상 압도적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공격적 CAPEX 확대
TSMC는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설비투자(CAPEX)**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2025년 설비투자 규모는 380억60조 원) 수준이었는데, 2026년에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투자는 단순히 생산 능력 확충이 아니다.
미국 애리조나·일본 구마모토·독일 드레스덴 등 글로벌 생산 기지 다변화
2㎚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 등 기술 선도 유지
엔비디아·애플·AMD 등 주요 고객과의 장기 계약 안정화
즉, CAPEX 확대는 **“생산력 확보” + “공급망 패권 장악”**이라는 이중 전략으로 읽힌다.
🔹 경쟁사의 추격과 TSMC의 방어 전략
물론 TSMC의 독주체제가 영원할 수만은 없다.
**인텔(Intel)**은 세계 최초 2㎚급 반도체 양산을 선언하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빅테크의 협력까지 등에 업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연내 2㎚ 양산을 목표로 수율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TSMC와의 기술 격차가 크긴 하지만, 패키징·메모리 통합 역량을 무기로 반격을 준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TSMC의 우위가 압도적이다. 2㎚ 시험 수율 70%는 삼성과 인텔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성과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고객 신뢰 확보가 가장 큰 차별점이다.
🔹 독주체제의 위험 요소
TSMC의 과제도 명확하다.
초미세 공정 도입에 따른 비용 급증 → 마진율 둔화
해외 공장 가동 본격화로 인건비·감가상각 부담 증가
첨단 공정 연구개발에 따른 고정비 구조 비대화
실제 TSMC의 매출총이익률은 2024년 58.6%에서 2025년 56.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진도 “내년 매출총익률은 53%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TSMC의 향후 과제는 2㎚ 양산 안정화와 더불어, 패키징 효율 개선 및 원가 관리다. 기술적 우위가 곧바로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독주 체제가 구조적 문제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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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뚜렷해진 마진 둔화 ― AI 호황의 그림자
‘사상 최대 매출’이라는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분명한 그림자가 존재한다. 바로 이익률(마진) 둔화다.
TSMC의 2025년 3분기 매출총이익률은 약 **56.5%**로 전망된다. 언뜻 보면 여전히 업계 최상위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57.8%)와 직전 분기(58.6%)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매출 규모는 늘어나는데 이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기업이 더 많이 팔수록 상대적으로 덜 남기는 구조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 비용 구조의 비대화
마진 둔화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1. 해외 공장 가동 부담
미국 애리조나·일본 구마모토·독일 드레스덴 등 해외 생산기지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운영비용이 급증했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현지 고임금 인력 의존도가 높아 기존 대만 본토 대비 생산 단가가 훨씬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2. 공격적 투자 확대
2㎚ 공정 개발과 후공정 패키징(첨단 패키징·CoWoS 등) 시설 확충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다.
이로 인해 TSMC의 고정비 구조 자체가 비대화되면서, 매출이 늘어도 비용 압박이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 구조적 위험 신호
문제는 이 현상이 단기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TSMC 경영진은 공식적으로 **“2026년에는 매출총이익률이 53%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한 분기별 등락이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적 부담으로 굳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호황 덕분에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생산 효율과 원가 관리가 뒤따르지 못하면 **‘규모의 함정’(economies of diseconomies)**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 패키징 효율 개선의 필요성
특히 패키징 효율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AI 반도체는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GPU·CPU를 함께 통합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TSMC의 **첨단 패키징(CoWoS·InFO)**이다.
하지만 첨단 패키징은 아직까지 생산 단가가 높고 수율 안정화가 어렵다. TSMC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2㎚ 공정을 선점하더라도 이익률 하락을 막기 힘들다.
🔹 AI 호황의 양면성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마진 둔화는 AI 호황 자체가 만든 그림자이기도 하다.
AI·HPC 수요 폭증으로 TSMC는 고객사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공격적인 증설과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가 곧 고정비 상승 → 이익률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
즉, 매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기업가치의 핵심인 이익률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투자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투자자 입장에서 이 상황은 단순히 “좋은 뉴스”만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매출 성장에 환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률 둔화가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경기 순환(cycle)에 민감하다. AI 수요가 주춤하거나 경쟁사의 공정 추격이 본격화될 경우, TSMC는 높아진 비용 구조를 떠안은 채 마진 압박을 더욱 크게 받을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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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거세지는 경쟁의 그림자 ― 삼성·인텔의 추격
TSMC의 독주체제는 현재로서는 견고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인텔의 추격은 분명한 위협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 인텔의 반격
인텔은 2025년 들어 세계 최초로 2㎚급 반도체 양산을 공식 선언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CHIPS Act, 보조금 및 세제 혜택),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자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 구조,
이 두 가지를 등에 업은 인텔은 장기적으로 파운드리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했다.
특히 자국 내 생산이라는 ‘안보 프리미엄’은 미·중 갈등 심화 국면에서 더 큰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미국 고객사들은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리스크를 줄이고자 인텔과의 거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 삼성전자의 추격
삼성전자는 아직 TSMC에 비해 점유율이 크게 낮다. 2025년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3%**로 TSMC(70.2%)와는 압도적 격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삼성은 2㎚ 공정 연내 양산을 목표로 수율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의 강점은 단순한 파운드리 경쟁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설계·생산 네트워크,
글로벌 스마트폰·가전 생태계,
이 모든 것을 결합한 종합 반도체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다.
삼성은 이러한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고객사에게 원스톱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TSMC의 시장 지배력에 균열을 낼 수 있다.
🔹 중장기 판도 변화 가능성
현재 수율과 생산 안정성에서 TSMC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단기간에 판도가 바뀌기는 어렵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 경쟁은 누적 효과가 크다. 수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고객 신뢰를 확보할 수 있고, 수주 물량이 늘어나면 다시 투자 여력이 생겨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따라서 업계의 시각은 명확하다.
👉 “단기적으로는 TSMC 독주,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심화”
즉, TSMC가 지금의 우위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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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 사상 최대 매출 뒤의 숙제
TSMC는 2025년 3분기, **사상 최대 매출(46조 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AI·HPC 수요 폭발,
2㎚ 공정 조기 양산,
공격적 설비투자,
이 세 가지 동력이 단기 실적을 강력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TSMC는 다음과 같은 숙제를 떠안고 있다.
1. 뚜렷한 마진율 둔화
2. 해외 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
3. 삼성·인텔의 추격
지금은 분명히 **‘TSMC 독주 시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매출 성장 vs 수익성 유지”**라는 상충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결국 TSMC에게 던져진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 “사상 최대 매출의 기록이 영광의 순간으로만 남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경쟁 격랑의 서막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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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TSMC 잠정 실적 발표, 2025년 10월 9일
뉴스1, 「TSMC, 3Q ‘사상 최대 매출’ 예약…독주체제 언제까지?」 (2025.10.13, 원태성 기자)
대만 경제일보, 「TSMC 2nm production trial begins at Baoshan & Kaohsiung」 (2025.09)
IC Insights, Foundry Market Share Report (2025 Q2)
Bloomberg, 「Intel declares world’s first 2nm mass production」 (20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