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미국 조선소 진출 시나리오 ― 관세·존스법·투자 협력의 모든 것

HD현대가 미국 조선시장 진출을 위해 지분 참여·인수·신규 건립까지 검토 중입니다. 한미 관세 협상, 존스법 규제, 투자 펀드까지 종합 분석합니다.
제1부. 왜 미국 조선시장인가 ― 세계 최대 해양 패권국의 딜레마
2025년의 세계 해양 지도를 보면 미국은 명실상부한 해양 패권국입니다.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교역의 30% 이상이 오가는 대서양과 태평양의 양쪽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습니다. 또, 북미 대륙 내 수출입 물동량은 전 세계 상선 수요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단순히 군사적 영향력을 넘어, 국제 물류의 심장부에 미국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해양 패권국의 위상과 달리 미국의 자국 조선 산업은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해군력을 가진 나라가 정작 군함 외의 상선·상업용 조선 역량은 부족하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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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로벌 조선 산업 지형도
세계 상선·해양 플랜트 건조 시장은 **아시아 3국(한국, 중국, 일본)**이 사실상 과점하고 있습니다.
중국: 값싼 인건비와 정부 보조금 덕분에 2023년 기준 약 49%의 점유율을 기록, 세계 최대 건조국으로 부상.
한국: LNG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첨단 가스운반선,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하며 약 34%의 점유율을 유지.
일본: 한때 세계 1위였으나, 경쟁력 약화로 현재는 약 15% 수준으로 축소.
반면, 미국의 점유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는 곧 세계 교역에서 미국의 조선 자급 능력이 사실상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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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 조선소의 현실 ― 군수 중심, 민수 부족
미국에도 대형 조선소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HII)**는 미 해군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세계적인 군수 조선사입니다. 그러나 이 회사조차 상선(商船) 부문 경쟁력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즉, 미국은 군사적 목적의 조선 역량은 막강하지만, 상업적·민간 선박 건조 능력에서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런 구조적 한계는 단순히 산업 경쟁력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은 해양 물류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상선을 해외에 의존하는 현 상황을 심각한 전략적 취약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은 새로운 조선 파트너, 특히 기술력과 대형 선박 건조 경험이 풍부한 한국 기업들을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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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국의 딜레마 ― 해양 패권 유지 vs 산업 공백
미국은 수십 년간 자국 산업 보호 정책과 존스법을 유지하면서 해외 조선업체의 직접 진출을 차단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역설적으로 자국 조선업 경쟁력의 퇴보였습니다.
군수 분야를 제외하면 글로벌 조선 시장 경쟁에서 뒤처짐
해상 물류비 상승, 에너지·가스 수송선 부족 문제 심화
글로벌 공급망 충격 발생 시, 자체 선박 공급 불가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해상 분쟁, 팬데믹 이후 물류난 같은 최근 사례는 미국에게 뼈아픈 교훈을 주었습니다. “조선 역량이 없는 해양 패권국은 위기 때 자국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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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HD현대의 기회 포착
이런 배경 속에서 **HD현대(구 현대중공업 그룹)**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HD현대는 2024년 들어 본격적으로 미국 파트너십을 확대했습니다.
2024년 4월: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생산성 향상·첨단 조선 기술 협력 MOU 체결
2024년 6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dison Chouest Offshore, ECO)와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이 두 협력은 단순히 기술 교류에 그치지 않고, 미국 내 사업 기반 확보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습니다. 단순히 설계 기술이나 유지·보수(MRO) 영역이 아니라, 이제는 현지 조선소 지분 참여, 인수, 나아가 신규 건립까지 단계적 확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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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략적 의미
정리하면, 미국 조선시장 진출은 HD현대에게 단순한 “해외 매출 확대”가 아니라 세계 최대 해양 패권국의 산업 공백을 메우는 전략적 동맹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 입장: 조선 산업 재건, 해양 안보 강화
한국 입장: 세계 최대 해운 시장 진출, 첨단 조선 기술 수출, 한미 경제 동맹 심화
즉, 이 과정은 단순한 민간 기업의 글로벌 확장이 아니라, 한미 양국의 산업·안보 이해가 맞물린 대형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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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자금과 파트너십 ―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의 의미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특히 조선업은 초대형 설비와 장기 프로젝트가 수반되는 산업입니다. 한 척의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데만 수천억 원이 필요하고, 조선소 자체를 신설하려면 토지·도크·크레인·인력 양성 시스템까지 구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HD현대가 검토 중인 미국 내 조선소 지분 참여, 인수, 신규 건립은 모두 천문학적인 투자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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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금 조달 파트너십 ― 서버러스 캐피탈과 한국산업은행
HD현대가 선택한 방식은 국제 공동 펀드 조성입니다.
서버러스 캐피탈(Cerberus Capital):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사모펀드로, 방산·물류 분야 투자 경험이 풍부합니다. 미국 정부 및 군수 계약과 네트워크가 강하다는 점에서, HD현대가 미국 조선시장에 진출할 때 정치·외교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한국산업은행(KDB): 국내 대표 국책은행으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금융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습니다.
이 두 기관과 HD현대가 함께 만드는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은 단순한 민간 자본 모금이 아니라, 양국 정부의 전략적 합의를 전제로 한 투자 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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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교 사례 ― 한화의 필리조선소 인수
투자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최근 사례와의 비교가 필요합니다.
2023년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약 **1억 달러(한화 1,300억 원)**를 투입했습니다.
이 투자는 미국 해군 군수 물량을 수주하기 위한 교두보 성격이었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조선소 인수였기 때문에 초기 자금 부담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HD현대의 계획은 다릅니다. 단순히 기존 시설을 인수하는 수준을 넘어 신규 조선소 건립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조선소를 처음부터 세운다는 것은 토지 매입, 부두와 도크 건설, 대형 크레인과 자동화 시스템 설치, 수천 명의 인력 채용·훈련까지 포함됩니다. 이런 경우 수십억 달러 단위, 즉 한화 수조 원 이상이 투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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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G2G(정부 간 협력) 프로젝트의 성격
조선소 건립이나 대규모 지분 인수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조선 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외국 기업의 직접 투자를 허용하는 문제 자체가 정치적 이슈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상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협력(G2G)**이라는 성격을 띠게 됩니다.
실제로 2024년 7월, 한국과 미국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총 3,500억 달러(약 493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그 대가로 미국은 관세를 완화해주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세부 조건입니다.
3,500억 달러 중 43%인 1,500억 달러가 조선 협력 펀드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을 두고 양국 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이 조선 펀드가 일시적으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즉, HD현대의 미국 진출 계획은 단순히 기업 차원의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라, 한미 간 통상 협상과 투자 협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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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공의 조건 ― 외교와 금융의 삼각 균형
HD현대가 미국에서 성공적인 조선소 운영을 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자금 조달: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해 안정적인 금융 구조를 마련해야 함.
2. 외교 협력: 한미 간 관세 협상, 투자 협의가 원활하게 타결되어야 함.
3. 규제 완화: 존스법을 포함한 미국 내 진입 장벽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대규모 투자를 해도 시장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음.
즉, 이번 프로젝트는 기업 의지만으로 성사될 수 없으며, 외교·정책·금융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전략 사업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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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제2부에서 본 것처럼 HD현대의 미국 진출은 단순한 해외 투자가 아니라 국가 간 산업 동맹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한화그룹의 1억 달러 투자와는 차원이 다른,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빅딜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조선업 전체의 글로벌 위상과 직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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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최대 걸림돌 ― ‘존스법(Jones Act)’의 벽
미국 조선시장 진출 논의에서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존스법(Jones Act, 1920년 제정)**입니다. 정식 명칭은 Merchant Marine Act of 1920인데, 당시 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자국 해운·조선업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입니다.
존스법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국 해운 정책의 기둥 역할을 해왔습니다. 핵심 조항은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해상 내항, Cabotage)**에 대한 엄격한 제한입니다. 법은 미국 내 항만을 오가는 모든 화물이 다음 조건의 선박으로만 운송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1. 미국 내에서 건조된 선박
2. 미국 국적 선적(US-flagged)
3. 미국인 소유
4. 미국 시민 또는 영주권자가 승무원 구성의 75% 이상을 차지
이 네 가지 조건은 사실상 외국 조선사가 미국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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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존스법의 명과 암
존스법은 미국에게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명(장점): 자국 조선·해운업 보호, 국가 안보 강화, 해상 물류의 자주권 유지.
암(단점): 자국 조선산업 경쟁력 약화, 물류비용 급등, 시장 왜곡.
예를 들어, 미국 내에서 항만 간 석유·가스를 운송할 때, 존스법에 따라 미국 건조·미국 선적·미국인 승무원 선박을 써야 하는데, 이는 비용 구조가 해외 대비 훨씬 비쌉니다. 실제로 존스법 준수 선박의 운임은 해외 대비 3~4배 이상 비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내 소비자와 기업은 더 높은 물류비용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자국 조선업을 지키려다가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물류비 부담만 높이는 아이러니를 겪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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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변화의 조짐 ― ‘미국의 수역 개방 법안’
최근 몇 년 사이, 존스법 개정 혹은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시기, 물류난으로 인해 미국 내 운송비가 폭등하면서 존스법이 비효율과 비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송선 부족이 심화되면서, 에너지 기업과 소비자 단체가 존스법 완화 필요성을 주장.
하와이, 알래스카, 푸에르토리코 같은 본토 외 지역은 존스법 때문에 물가 부담이 훨씬 심각해졌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됨.
이런 배경 속에서 **2024년 6월,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미국의 수역 개방 법안(Opening America’s Waters Act)’**이 발의되었습니다. 법안은 존스법을 전면 폐지하거나, 최소한 특정 구간(에너지 수송 등)에서는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법안은 의회 통과에 실패했고, 존스법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노조·정치권 반발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조선·해운업계 노동자 단체는 존스법이 사라지면 미국 일자리가 해외 기업에 잠식된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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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D현대에 주는 의미
HD현대의 입장에서 존스법은 진출 방식과 사업 규모를 결정짓는 절대적 변수입니다.
존스법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HD현대는 현지 기업과 합작하거나, 미국 기업을 통한 우회적 진출 외에는 선택지가 제한됩니다.
반대로 존스법이 완화되거나 폐지된다면, HD현대가 직접 미국 내 조선소를 건립·운영하며 상선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즉, 존스법의 개정 여부는 HD현대의 전략을 **“제한적 협력 모델”**에서 **“시장 판도 변혁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게임체인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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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나리오별 전망
1. 존스법 유지
HD현대는 군수·특수선 위탁 건조, 유지·보수(MRO), 제한적 합작 투자에 집중.
미국 상선 시장 본격 진출은 사실상 어려움.
2. 존스법 부분 완화
에너지·가스 운송선 등 특정 영역에 한해 외국 기업 진입 허용.
HD현대는 LNG·가스 운반선 강점을 활용해 틈새시장 공략 가능.
3. 존스법 폐지
HD현대가 직접 미국 내 대형 조선소를 건립하고 글로벌 시장을 재편할 기회.
하지만 미국 노동시장 반발, 정치적 논쟁 격화로 불확실성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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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존스법은 지난 100년간 미국 조선·해운업을 지탱해온 보호막이었지만, 지금은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폐지나 완화가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HD현대와 같은 해외 조선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만약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HD현대의 미국 조선소 진출은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 판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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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전략적 함의 ― 한국 조선업의 기회와 리스크
HD현대의 미국 진출은 단순히 한 기업의 해외 확장이 아니라, 한국 조선업 전체의 미래 좌표를 재정의할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조선 산업은 전 세계 무역, 에너지, 방산과 직결된 전략산업이기 때문에, 글로벌 거점 확보는 곧 국가 산업정책의 연장선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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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회 요인 ― 세계 최대 시장에 닿다
① 미국 상선·방산 시장 진출
미국은 군사·안보 수요가 막대한 나라입니다.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군수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에너지·LNG 운반선, 해양 풍력 지원선 등 상업용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HD현대가 현지 거점을 확보하면 장기적 수주 확대가 가능해집니다.
② 기술 협력과 표준화
HD현대는 LNG선, VLCC,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이러한 기술을 현지에서 직접 적용한다면, **“한국식 조선 표준”**이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기술력의 세계화라는 전략적 의미를 갖습니다.
③ 한미 동맹 강화 속 안정적 파트너십
조선 협력은 단순 산업 차원을 넘어 외교·안보 동맹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의 기업이 자국 인프라에 들어오는 것이고, 한국 입장에서는 세계 패권국의 해양 안보 시스템에 참여하는 상징적 사건이 됩니다. 이는 향후 방산·에너지·물류 협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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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리스크 요인 ― 돈과 규제, 정치의 삼각 파도
① 관세 협상 지연
현재 한미 간 합의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중 43%를 차지하는 조선 협력 펀드(1,500억 달러 규모)가 교착 상태에 있습니다. 세부 조건 합의가 지연되면 HD현대의 투자금 회수 시점도 불투명해집니다.
② 존스법 규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존스법은 해외 조선사의 직접 진출을 막아온 가장 강력한 장벽입니다. 법 개정이나 완화가 없을 경우, HD현대의 미국 내 신규 조선소 운영은 현지 합작 모델 이상으로 확대되기 어렵습니다.
③ 초기 투자 비용
조선소 건립에는 **수십억 달러(한화 수조 원)**가 소요됩니다. 이 자금을 투입한 뒤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최소 5~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조선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시장 사이클과 투자 회수 시점이 어긋날 경우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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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례 비교 ― 한화와 HD현대의 차원 다른 도전
지난해 한화그룹이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한 사례는 미국 조선시장 진출의 첫 발걸음으로 상징적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는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었습니다.
반면 HD현대가 검토하는 것은 신규 조선소 건립까지 포함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단순히 조선소 하나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미국의 해운·조선 주권 문제에 직접 뛰어드는 최초의 한국 기업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 조선업이 이제 단순 수출국을 넘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가진 산업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시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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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조선업의 글로벌 게임체인저가 될까?’
HD현대의 미국 진출 논의는 기업 성장 전략을 넘어, 한미 경제 협력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습니다.
미국 입장: 노후화된 조선 인프라 보완, 해양 안보 강화, 물류비 절감.
한국 입장: 세계 최대 시장 진출, 조선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 산업 외교의 심화.
그러나 이 모든 길은 정치·외교·규제의 교차점에 놓여 있습니다.
관세 협상의 향방, 존스법 개정 여부, 투자금 조달 구조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조선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투자 리스크의 교과서적 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HD현대가 내리는 선택은 단순히 한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한국 조선업 전체가 미래 10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출처 (참고자료)
1. 국제 조선 산업 점유율
Clarkson Research, World Shipbuilding Statistics 2023 (클락슨 리서치, 글로벌 조선 시장 통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조선산업 동향 보고서 2023
2. 미국 조선 산업 현황
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HII) 공식 홈페이지, Annual Report 2023
U.S. Maritime Administration (MARAD), United States Shipbuilding Industry Report 2023
3. 한화그룹 필리조선소 인수 사례
Philly Shipyard ASA, Press Release (2023년 7월)
Bloomberg, “Hanwha invests $100 million in U.S. shipyard” (2023.07.12 보도)
4. HD현대의 미국 협력 및 투자 계획
HD현대 그룹 공식 보도자료 (2024년 4월, 6월 MOU 발표)
한국경제, 매일경제, 조선비즈 등 2024~2025년 관련 기사
5. 한미 관세 협상 및 투자 패키지
대한민국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2024년 7월 말, 한미 상호관세 인하 합의 발표)
USTR (미국 무역대표부), U.S.-Korea Trade & Investment Cooperation Statement 2024
6. 존스법(Jones Act)과 개정 논의
U.S. Congress, Merchant Marine Act of 1920 (Jones Act)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 The Jones Act: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 (2023)
Opening America’s Waters Act, 2024년 6월 상·하원 발의 법안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