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25% 관세 직격탄

서론. 현대차그룹, 미국 시장의 이중 악재에 직면하다
2025년 하반기,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기차(EV) 붐과 친환경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이제는 정책 변화와 무역 장벽이라는 이중 악재가 본격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첫 번째 악재는 바로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통해 전기차 대중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습니다. 이 제도 덕분에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모델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테슬라·도요타와 함께 시장을 키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반(反) 전기차 정책’을 내세운 현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시장 왜곡 요인으로 지목하며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오는 10월 1일부로 세액공제가 완전히 사라지면, 전기차 수요 위축은 불가피합니다.
두 번째 악재는 25% 고율 관세입니다. 미국 시장에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에는 여전히 높은 관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7월 한미 협상에서 이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당장 변화는 없습니다. 문제는 이 고율 관세가 가격 경쟁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일본산 자동차 관세가 인하되면서, 현대차 주요 모델이 도요타·혼다 차량보다 더 비싸지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익성 악화에 그치지 않고, 미국 내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는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수요 측면에서 타격을 입는 동시에, 관세 장벽으로 가격 측면에서 불리한 경쟁 구도에 놓였습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현대차그룹은 HEV(하이브리드차) 확대 전략을 꺼내 들었지만, 문제는 HEV 물량 대부분이 여전히 한국에서 수출된다는 점입니다. 판매량을 늘릴수록 오히려 관세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복합적 위기를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2부: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HEV 전략 — 왜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인가?
3부: 관세 부담과 경쟁 구도 — 일본 업체와의 가격 경쟁, 미국 시장 내 구조적 불리함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글로벌 자동차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현대차그룹의 선택과 대응 전략은 단순한 기업 차원을 넘어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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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HEV 전략
1) IRA 세액공제의 종료
미국은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를 제공했습니다. 이 제도는 단순한 소비자 혜택을 넘어, 미국 내 친환경차 전환을 촉진하는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실제로 IRA 시행 이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 대비 2024년에 약 40% 이상 증가하며 시장이 빠르게 커졌습니다. 현대차·기아 역시 이 제도의 수혜를 크게 받았고, EV6·아이오닉 5 같은 대표 모델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 10월 1일부터 이 세액공제가 전면 폐지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시장 왜곡”이라고 규정하며, 자유경쟁을 이유로 철폐를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反) 전기차 정책’을 내세워 석유·내연기관 산업을 지지하는 정치적 배경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 가격은 즉각 7,500달러 인상 효과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기아 EV6는 세액공제를 적용받아 약 4만 달러 초반대에서 판매됐지만, 앞으로는 최소 4만 8천 달러 이상이 됩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20% 가까운 체감 인상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이는 구매 심리를 크게 위축시켜 전기차 시장 전체가 급격히 둔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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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EV 확대 전략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돌파구로 **HEV(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HEV는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충전소 인프라 부족 문제를 피하면서도 연비와 친환경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은 장거리 운전과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 때문에 순수 전기차(EV)보다 HEV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내 HEV 판매량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
현대차·기아도 이 흐름을 타고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025년 1~8월 미국 시장에서 HEV 판매량은 19만 8,807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7.9% 증가한 수치로, 전기차 시장 둔화와는 대조적입니다.
점유율 면에서도 토요타·혼다 중심의 HEV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전략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당초 EV와 HEV를 7:3 비율로 계획했으나, 최근에는 HEV 생산 비중을 **최대 50%**까지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로 위축될 수요를 HEV 판매 확대를 통해 상쇄하려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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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계와 과제
하지만 HEV 확대 전략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 구조입니다. 현재 현대차·기아 HEV의 상당수는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현지 생산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까지는 25%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판매량이 늘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를 낳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판매가 확대될수록 관세라는 고정 비용이 커져 이익률이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과제는 일본 업체와의 경쟁입니다. 토요타와 혼다는 HEV 분야에서 이미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와 공급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같은 HEV 모델은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으로 미국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HEV 확대 전략을 펼친다 해도, 관세 장벽까지 고려하면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를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HEV 확대 전략은 전기차 시장 침체를 막는 단기적 대응책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해법은 아니다라는 점이 분명합니다.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고, 현지 생산 기반을 빠르게 확충하지 않는 이상,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구조적 불리함을 안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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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관세 부담과 경쟁 구도
1)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맞닥뜨린 두 번째 악재는 25% 고율 관세입니다.
지난 7월 한미 양국이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법적·행정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현실에서는 여전히 25%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25%라는 숫자는 단순한 세금이 아닙니다. 자동차 한 대 가격이 3만 달러라고 가정할 경우, 약 7,500달러가 추가 비용으로 붙습니다. 이는 곧 소비자 가격 경쟁력에 직격탄을 날리며,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현대차·기아는 **“팔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에 놓이게 됩니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완전한 현지 생산 체제를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전기차와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여전히 상당수 차량이 한국에서 수출되기 때문에, 이 관세 장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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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본 업체와의 가격 역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건 일본 업체들의 반사이익입니다.
미국 정부는 9월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했습니다. 이는 일본과의 무역 협상 결과이며,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미국 시장 확장 절호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실제 가격 비교를 보면 그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현대차 쏘나타 HEV: 약 33,625달러
도요타 캠리 HEV: 약 32,660달러
불과 1,000달러 차이지만, 자동차 시장에서 이 정도 가격 격차는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HEV 시장은 가격 대비 성능, 연비, 내구성이 주요 구매 요인인데, 도요타·혼다와 같은 일본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다면 시장 점유율 확대는 시간문제입니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로 인해 EV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HEV 분야에서도 일본 업체의 가격 공세를 맞아야 하는 이중 압박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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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 딜레마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딜레마가 명확히 지적됩니다.
가격 전가 불가: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면 판매량이 급감합니다.
흡수 시 손익 악화: 반대로 가격을 유지하면 판매는 늘 수 있지만, 관세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 손실로 이어집니다.
즉, 판매를 늘려도, 가격을 지켜도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현대차그룹의 대응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HEV 판매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늘려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현지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까지는 관세라는 거대한 장벽과 일본 업체의 가격 경쟁이라는 이중 압박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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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현대차그룹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현대차그룹이 처한 현실은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패권 경쟁의 연장선입니다.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로 인해 EV 시장 둔화는 불가피하고, HEV 확대 전략은 일시적 처방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25% 관세라는 고정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현대차는 일본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고착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차그룹의 선택지는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현지 생산 확대 가속화
조지아주 HMGMA 공장의 HEV·EV 라인 가동을 최대한 앞당겨,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2. 제품 다변화 전략
HEV 외에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소형 SUV 등 미국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차종을 확대해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3. 정부 협상 카드 활용
한미 협상에서 합의된 관세 인하(25% → 15%)를 조속히 실행하도록 정치적 압박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브랜드 가치 제고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디자인, 안전성,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 등으로 소비자 충성도를 높여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안은 단순한 수출입 문제가 아니라, 정책·무역·산업 구조가 얽힌 복합 이슈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는, 향후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한국 제조업 전체의 글로벌 위상에까지 직결될 수 있습니다.
📌 출처 정리
한국경제, 「현대차그룹,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25% 관세 이중 악재 직면」 (2025.09.14)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 IRA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공식화」 (2025.09)
산업통상자원부 무역 통계, 「2024~2025 자동차 수출입 동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투자 계획 발표 자료」 (2023)
도요타·혼다 미국 법인 판매 실적 자료 (2024~2025)